불법체류 제조기 산업연수제

중기협 연수생 비리 한층 심각, 국회서도 폐지 주장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실시된 정부의 '불법체류자 일제단속' 과정에서 심각한 이주노동자 인권침해가 이뤄져 각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는 근본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는 현 이주노동자 인력 공급 제도인 '산업연수제'를 그대로 방치한 채 단속과 추방으로 일관하는 정부정책에 대한 반발이다.

그런데 이 '산업연수제'에 대해 노동계와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 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높다.

산업연수제는 91년부터 지난 10년 간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시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주노동자 인권침해와 송출 비리 등으로 심각하게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외국인 인권관련 단체들은 지난 96년 '외국인근로자 보호입법'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이 제도 개선에 대한 입법 청원을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아무런 진전도 없었던 것에 반해 국회에서조차도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도의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중기협 추천 입국 산업연수생, 이탈률 높다

노동부가 25일 국회 환경노동위 오세훈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6월 말 현재 국내 취업중인 외국인 노동자는 34만3,346명이고, 이 가운데 불법 체류자가 79.8%인 27만3,524명이다.

또한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체류중인 산업연수생은 10만5,002명이며 이 가운데 이탈자가 6만9,288명으로 66.0%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 추천 연수생의 불법체류 빈도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에 따르면, 중기협 추천 입국, 체류 이주노동자는 2002년 6월말 현재 총 7만677명인데 이 중에서 5만1,256명인 72.5%가 불법체류 상태로, 이는 산업연수생 불법체류 인원의 74%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중기협 산업기술연수생제도로 이주노동자를 유입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훈 의원은 "이러한 문제점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연수제도가 가지고 있는, 불법취업자를 양산 하는 구조적인 메카니즘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고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를 비판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기협과 산업자원부, 경제 5단체 등이 '고용허가제가 경영비용을 상승시킨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오 의원은 "산업연수제 하에서 외국인 연수생 1명을 고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임금으로 직접 지급되는 돈 외에도 중기협에 연수 관리비(1인당 28만6,000원)를 지급해야 하고 숙식제공비 등의 외부비용이 들기 때문에 개별 사업주들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시장 논리에 의해 고용하기를 희망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김덕규 의원도 "현재 중기협이 맡고 있는 외국인력 관리는 노동부로 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현 중기협의 관리제도를 시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방용석 노동부장관은 "현재 외국인노동자 정책관련 주요 사항은 국무조정실의 '외국인산업인력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되는데, 외국인노동자 관련 정책이 노사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외국의 정책 수립과 이행 과정까지 수렴해서 신중히 결정한다"고 말하며 "송출 비리를 근절할 수 있도록 일본의 '국제연수협력기구(JITCO)'같이 연수생의 도입과 체류관리를 하는 공익법인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7만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어찌하오리까'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정부가 지난 7월 15일 발표한 <외국인인력개선방안>의 '취업관리제'는 외국국적 동포에만 서비스업종 취업을 허용하여 민족적 차별로 비난 받을 소지가 다분하며 노동자로의 권리는 부여하지 않고 취업만을 허용하는 '편법'일 뿐"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 장관은 "어떤 개선책으로도 현 산업연수제를 완전히 보완하기는 어렵다"며 "연수생 제도는 더 이상 안 되고 고용허가제가 실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 장관은 또 "고용허가제 실시가 전제된다면 현재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34만 명은 우선 합법화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여기서, 넌센스 하나!

정부의 일제 단속 기간이었던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 동안 추방 조치된 이주노동자 수는 176명이다. 또한 458명은 출국 절차를 밟고 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그렇다면 현 불법체류자 27만3천 여명을 단속하고 추방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수치로 따진다면 하루에 63.4명을 적발해서 추방 조치한 셈이니까 27만3,524명을 다 적발하려면 3999.8일이 걸린다. 약 10.9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그것도 이번과 같이 대대적인 일제단속을 했을 때 이야기 이다. 자기발로 나가는 사람도 있지 않겠냐고? 그럼 이후 산업연수제로 들어왔다가 불법체류자로 남는 이주노동자는 어찌하라고?

한마디로 산업연수제도를 철폐하지 않고는 어떠한 제도도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을 국회도 알고, 노동부도 알고, 사용사업주도 알고, 노동자들도 아는데, 중기협과 다른 정부관련 부처만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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