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 9일 입법 예고한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그 동안 주5일 관련 노사정 협의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주휴 유·무급 여부'가 빠져있다. 워낙 첨예한 문제였기 때문에 정부는 노사간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둘 수밖에 없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 '협상의 여지'가 이견을 좁히기는커녕 갈수록 날카롭게 대립되고 있다.
노사 뿐 아니라 정부 경제부처인 산업자원부도 지난 24일, 기존의 주1회 유급휴일을 무급으로 바꾸고, 임금보존의 방식을 통상임금이 아닌 수당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노동부에 제시해 정부부처 간의 이견도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인다.
산자부는 이 뿐 아니라 탄력적 근로시간을 6개월로(정부개정안 3개월) 확대하고 초과근로 수당에 대해 수당을 주지 않고 휴가를 줄 수 있는 '선택적 보상휴가'제도를 도입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주5일 합의'의 잰 걸음에 제동을 걸었다. .
정부부처간 이견 조율 어려워
산자부뿐이 아니다. 중소기업청도 의견서를 통해 주휴무급화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1년 확대, 생리휴가 폐지, 초과근로시간 할증률 25%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기청은 또한 근로자 1천명이상 사업장 시행시기를 2005년 1월(개정안 2003.7)로 늦추고 근로자 10명 이상 사업장은 2012년 1월에 실시하는 하자는 의견도 함께 제출했다. 사실상 정부개정안에 반박하던 재계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재계 역시 지난 19일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전경련·회장 김각중) 등 경제5단체의 의견 역시 1천명 이상 사업장의 주5일 근무 시행을 2003년에서 2005년으로 2년 늦추고 2012년에 10명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기청의 안과 완전히 동일하다.
재계는 이미 지난 9월12일 월례회장단회의를 열고 주휴무급화를 전제로 '조건부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19일 제출된 재계의 의견은 당시 보다 훨씬 강하게 재계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재계는 중기청의 의견과 같이 주휴무급화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1년 확대, 생리휴가 폐지 등을 주장하며 이에 더하여 월차.생리휴가 수당은 임금보전 범위에서 제외돼야 하고 2년에 하루를 가산하는 연차휴가는 3년에 하루로, 상한선은 25일에서 22일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노동부는 현 주휴유급을 무급화 하는 것과 탄력적 근로제 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시행 시기를 유예하는 것에도 반대하고 있다.
즉, 노·사·정 간의 첨예한 입장 차이뿐 아니라 정부부처 간의 이견 조율에도 노동부가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후의 보루 '주휴유급'
재계와 노동계가 물러 설 수 없는 태세로 팽팽히 대립하고 있고 노동부와 산자부 등 정부부처 간 이견까지 표면화되기까지, 가장 쟁점이 된 사안은 '주휴 유 무급' 여부이다.
어느 쪽이든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주휴 유·무급'여부는 지난 17일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 때에도 뜨거운 공방이 이어졌다. 민주당 박인상 의원은 "주휴무급으로 정부안이 확정되면 노동계가 '법개정 반대 투쟁'으로 입장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부처들의 의견이 '무급'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동부의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의원은 또한 "만약 '주휴무급'으로 개정된 다면 내가 노동자라도 파업하겠다"는 말로 '주휴 유급 유지'에 대한 강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장은 또 달랐다. 한나라당 이승철 의원은 "국민의 동의 없는 주5일제 도입은 '반 국가적 행위'"라며 주5일제 도입이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다.
전재희 의원도"근로시간만 단축하고 휴일을 축소하려 하지 않는 등 영세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이 전혀 마련되고 있지 않다"며 "개별 기업이나 근로자들의 동의 여부를 파악하고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즉, 정부입법안이 정부 부처 내 이견조율을 통해 '주휴유급'으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다수당인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주5일제 도입을 상당수가 반대하는 것으로 보여져 가결 여부는 사실상 불투명하다.
그러나 국회 상정 여부 역시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규제개혁심의위원회(규개위) 사회분과는 25일 정부 개정안을 본회의에 넘겼으나 이 또한 첩첩산중이다. 규개위의 경우 본위원회 위원 13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경제·경영계 교수와 기업 측 전문가가 9명, 법·행정전문가 3명, 기타 1명으로 되어 있어 재계의 주장이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규개위에서 결정을 유보하거나 정부안을 거부하면 10월 중 국회 법안이 상정되는 것이 불가능해 사실 상 무산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이 주휴 수당을 반납하고 주5일제 도입을 하는 것에, 그것도 통상임금에 대한 보전 책이 전혀 없는 채 도입되는 것에 찬성 할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노동자들이 말하는 '개악안'으로 현 정권 임기 내에 '주5일근무제 도입'을 할 수 있을 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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