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은 남쪽의 사회분위기와 북쪽의 의지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2000년 6월 13일 남북정상이 평양에서 첫 만남을 가지고 있는 모습.
윤재설 dllp21@kdlpnews.org
“부산 아시안게임에….”
“차기정권에서….”
요즘 정치권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장본인은 물론 ‘연내 답방설’을 퍼뜨리며 “신북풍”을 들먹이고 있는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이 정치공세의 일환으로 연내 답방 가능성을 거론하며 “답방 반대”를 천명하고 있는 것은 자명하지만 김대중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과 시기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물건너 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탄 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17일 방북으로 북일관계마저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어 섣부른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둘러싼 변수로는 △북한정권의 의지 △남한의 사회분위기 △미국의 태도 △경호 및 신변상의 안전 △남북간 현안문제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남북간 현안은 7차 장관급회담을 시작으로 경제협력, 금강산관광 활성화, 철도·도로 연결 회담 등을 통해 착착 풀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경호 및 신변상의 안전 문제는 당국의 의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답방을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현재 부시 행정부의 주요 관심사가 동북아시아가 아니라 중동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 침공의사를 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악의 축’ 발언 등 올해 초의 태도와는 달리 동아시아 정세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는 미국이 답방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를 표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남는 것은 남쪽의 사회분위기와 북쪽의 의지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미국의 태도를 확인하면서 이른바 ‘미국 학습효과’를 거친 북한으로서는 김대중 정권 임기 내에 남북관계에 일정한 진전을 거두려는 모습이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남한의 차기정권과 대화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며 현정권에서 어느 정도 마무리짓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남한의 사회분위기는 답방에 그다지 유리한 조건이 되지 못하고 있다. 김창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실장은 “‘집권야당’이라고까지 불리는 한나라당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이는 한 답방 환경이 조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17일 북일정상회담의 결과 역시 김정일 위원장 답방의 주요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북한정치)는 “답방 시기를 둘러싸고 지금까지 국내변수만 작용하고 있었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평양방문 변수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며 “‘일본변수’의 작용으로 답방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9월초 일본 언론들은 북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 등 현안에 진전이 있을 경우 고이즈미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본 답방을 요청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동북아에서 외교적 영향력 증대를 꾀하고 있는 데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중 북일관계를 어느 정도 진전시키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일본 답방 초청이 성사될 경우 서울 답방에 유리한 국제적인 여건이 조성될 것이고 이에 따라 국내 보수층의 반대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게 서 교수의 판단이다.
최근 남북관계와 북일관계는 김정일 위원장 답방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등 국내 보수층의 반대 역시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자칫 6.15공동선언 합의사항인 김 위원장 답방이 영영 미뤄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 104호] 9.16 ~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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