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징병제 폐지’ 바람

세계적으로 징병제 폐지 바람이 불고 있다. 각 국가의 병역제도는 안보환경과 역사적 배경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크게 징병제와 모병제로 구분된다. 징병제는 국민개병(皆兵)의 원칙에 따라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가가 병역의무를 강제로 부과하는 것이며, 모병제는 개인의 자유 의사에 따라 국가와 계약관계를 맺는 것. 현재 대표적인 징병제 국가는 이스라엘, 북한 등이며 유럽 선진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징병제를 폐지 또는 완화해가는 추세이다.

독일의 경우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통일 이후 18개월에서 10개월로 현역 복무기간을 줄여왔다. 또한 올해 초부터 정치권 내에서 징병제 폐지와 관련한 열띤 공방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정당이 징병제의 단계적 폐지와 축소에 동의하고 있다. 녹색당이 징병제 폐지를 계속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인 자민당이 징병제 폐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동조하고 있어 징병제 폐지가 속력을 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는, 완전한 직업군인제 전환 계획을 승인했다. 현재 120만 명의 군 병력을 10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개혁을 펼치고 있는 러시아는 병력 수를 줄이는 대신, 장비 현대화 비중을 높이는 것을 핵심적인 과제로 삼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 역시 이미 징병제 폐지를 합의한 상태다. 이들이 모병제로의 전환을 결정한 것은 현대전(現代戰)이 군사의 숫자보다 정보기술요원 등 전문요원의 수준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유엔평화유지군(PKO)활동, 북대서양조양기구(나토)활동 등 개별방어보다 집단방어가 중요해지고 있는 현실도 모병제 전환의 한 이유다. 애초 프랑스는 2003년부터 모병제로 전환할 계획이었으나 이 계획을 앞당겨 지난해 6월 징병제를 폐지했다. 스페인은 2002년까지, 이탈리아는 2006년까지 징병제를 폐지할 예정이며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이미 92년과 93년에 징병제를 폐지한 바 있다.

한편 대만은 복무기간을 24개월에서 22개월로 줄이고 지역사회 치안, 사회봉사 분야에서 근무한 것으로 병역근무를 대체하는 대체복무제도를 활발하게 운용하고 있다. 중국도 징병제를 유지해오다 99년 병역법 개정에 따라 징병제와 모병제를 결합해 모병제적 요소를 크게 늘려가고 있다.

심지어 군대의 권위를 중요시하고, 국가의 안보를 최우선에 두는 사람들 중 일부도 “이제는 모병제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대전에 대응할 수 있는 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숫자가 아닌 전문기술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군을 만들기 위해 모병제로의 전환을 선택한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기다.

전현정 / jhj@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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