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아닌 ‘사회’에서 복무케 하라

양심적 병역 거부 징병제의 또다른 그늘

지난 9월 24일 연세대에서 공개적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한 오태양, 나동혁 씨와 칼럼리트스 김규항 씨의 대담이 열렸다. 이 날 청중석에서 제기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양심적 병역 거부가 병역 특혜가 아닌가, 개인의 양심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인가. 질문들이 이미 내재하고 있듯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병역 기피자나 비겁자, 따라서 가혹한 징벌 대상으로 삼았다. 그 근저에는 ‘신성한 국방 의무’에 따라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안보주의, 전체주의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

이 신성불가침의 장벽에 ‘계란’을 던지는 싸움이 시작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지난 해 12월 불교신자인 오태양 씨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처음으로 공개 선언했고 뒤를 이어 유호근, 임치윤 씨가, 최근에는 나동혁 씨가 14명의 입영 예정자들과 함께 집단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요구는 개인의 사상·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군사훈련이 아닌 사회봉사로 병역을 대신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를 허용하라는 것.

현재까지는 입영 자체를 거부하면 병역법 제88조의 입영기피죄로, 입영 후 집총을 거부하면 군형법 제44조의 항명죄로 최소 1년 6개월, 최대 3년의 징역 처벌을 받는다. 이에 따라 매년 600여 명 정도가 군대 대신 감옥으로 향하고 지금도 1,600여 명이 감옥에서 범죄자로 수형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 전쟁 이래 양심적 병역 거부로 감옥에 갇힌 사람은 1만여 명이 넘는데 대다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특정 종교에 한정된 문제로 인식됐던 양심적 병역 거부는 오태양, 나동혁 씨 등의 공개 선언 이후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물론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다. 대체복무 인정이 ‘불공평한 병역 특혜’요,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고, 한편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나동혁 씨는 “더 편한 군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간이 좀 더 길고 힘들더라고 사회봉사등으로 의무를 다 하겠다는 것”이라며 “양심적 병역 거부를 허용하면 누가 군대가려고 하겠느냐고 하는 건 그만큼 복무 환경이 열악하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잠재적인 병역 기피자임을 의미한다. 군에 다녀온 당신의 적은 병역을 거부하는 내가 아니라 의문사, 폭력 등이 만연한 군대 자체, 징병제 그 자체”라고 말한다.

한편 시기 상조가 아니냐는 반대 의견에 대해 오태양 씨는 “유럽 국가들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한 때가 1900년대 초중반, 세계대전 중이었다. 군사대국 중국과 대치 중인 대만도 최근 대체복무제를 인정했고,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병역을 거부하면 30일 유기 징역을 때리는 정도”라며 “반면 우리의 처벌은 너무 가혹하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3대가 감옥에 갇히거나 아들 5형제가 모두 전과자가 되는 집안이 있는가 하면 감옥에서 가혹 행위로 다치거나 숨진 사람도 있다. 피해가 엄청났던 만큼 저항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는 오태양 씨의 헌법 소원으로 헌법재판소에 공이 넘어간 상태다. 법원은 얼마나 끌지 모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참조해 판결을 내려야 한다며 오태양 씨에 대한 판결을 미루고 있다. 재판 관행상 몇 년이 걸릴지 모르고 그 사이에도 매년 수백 명의 젊은이들은 양심을 지키기 위해 감옥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국제적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국가와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109 : 48로 압도적인 다수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병역 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라 하더라도 우리처럼 중형으로 처벌하지는 않는다. 폭력적인 군대 문화, 열악한 복무 환경, 무엇보다 국가 권력에 복종하지 않는 소수자에 대한 탄압과 이 모두를 부추기는 징병제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50여 년간 숨죽여온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고통에 우리 사회가 답할 차례다.

장성희 / jsh@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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