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에 장기복무한 하사관 김상식 씨. 인터넷 상에 남겨진 그의 글은 군 생활을 통해 느낀 징병제의 폐단을 따끔하게 지적하고 있다.
“징병제도에 대한 문제점은 군생활 경험자라면 대부분 인지하리라 생각됩니다. 적극적인 의지로 희망 입대하는 해병대에서도 복무 기간이 짧은 사병위주의 운영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위에서 전차, 포병, 통신, 특수전 등 특수 병과에 있어서 사병이 오랜시간 교육을 받고 장비를 어느정도 운영할 수 있게되면 전역을 해야하고 새로운 대체 장비가 복무도중 투입 되었다면 더더욱 운영능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보병의 숫자가 곧 전력이라는 생각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죠. 그것도 사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징병 인력으로야 말 할 것도 없구요 그 많은 인력 유지비면 충분히 장비도 현대화 하고, 특수전 경보병으로 전문화도 가능할 텐데….”
군사전문가 김종대 씨 역시 <통일뉴스> 칼럼을 통해 징병제의 폐단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한국형 K-1전차는 한 대 값이 약 50여 억 원이다. 이 전차가 조종병의 오조작에 의해 변속기가 수시로 파손되는데 변속기의 경우 한번 파손되면 수리하는데 5,700백 만 원, 교체하는데 2억 원이 든다. 육군 전차부대는 이 전차 변속기 파손때문에 거의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시피 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운전병 오조작으로 인해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면 자동으로 엔진이 꺼지도록 해서 변속기 파손을 막았다. 이렇게 하니까 재시동에 약5초가 허비된다. 위급한 전쟁시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짜로 징집된 50만 명의 사병들을 기반으로 한 한국군. 그러나 그 속을 뒤집어보면 심각한 비효율성이 숨어 있음을 알게된다. 국방부와 군은 이미 징병된 사병들에 대한 비용감각을 잃어버린 상태다. 때문에 귀중한 인력이 아주 하찮은 일들에 낭비되기가 다반사다. 심지어 육군의 군수사와 정비창, 보급창, 인쇄창 등 수많은 지원부대의 인력구성도 대부분 사병들이다. 육군 보급창은 장교들 잠바까지 생산해내는데, 이는 어떻게 해서든 그 많은 인력을 ‘굴려야’하는 징병제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징병제가 유지되는 한 한국군은 영원한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군의 입장에서는 26개월 이후에 퇴역할 사람들에게 과다한 교육비용을 들일 수 없고, 때문에 한국군은 ‘걷고 쏘는’ 훈련만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 장교나 하사관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전문성을 제고하기는 역부족이다.
‘값싼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곧 병력이 된다’는 전 근대적인 사고방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징병제에 의존하는 육군의 경우 매년 4천 명 정도의 정신병자를 양산하고 있다. 형평성 논란과 병역비리, 양심적 병역거부, 군 의문사 등 하루가 멀다하고 드러나고 있는 한국군의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징병제 폐지를 하루라도 빨리 앞당겨야 할 것이다.
전현정 / jhj@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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