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병 1명의 기회비용은?
결국은 징병제가 사회적 낭비다
징병제를 폐지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징병제를 철폐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말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해서 그렇다면 누가 군대에 가려고 하겠느냐”고 되묻는다. 당연하다. 월급 몇 천 원에, 배우는 것 하나 없는 대한민국의 군대에 누가 젊은날의 26개월을 걸겠는가.
그러나 군대의 급료 수준이 높아지고 군대에서 전문지식을 얻게 된다면, 즉 군대가 알맹이를 갖추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국 모병제 도입은 단순히 ‘선택의 자유’를 넘어, 비효율적이고 아마추어적인 군대제도를 개혁하는 자연스러운 절차가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병제 폐지는 논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어왔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병의 수를 줄이자는 말은 곧장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징병제 폐지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공격은 바로 돈 문제다. “그래서, 안그래도 모자라는 국방비의 절반 이상을 사병 급료에 털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냐”는 것. 국방연구원의 정원영 연구팀장은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예산의 획기적인 증대가 없는 상태에서 징집제의 대안으로 논의되는 모병제를 실시한다 할 때, 병사 개인당 운영비 수준을 현재의 2배만 올린다 하더라도 병력은 4분의 1정도가 줄어들어 전력 형성이 불가능해질 것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즉 한국의 경제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하다고 억지를 부릴 일이 아니다. 2003년 국방비 예산은 총 18조 원. 정부재정상 방위비로 분류되는 전투경찰비 등을 포함하면 국방비의 10~20%가 추가되며 이렇게되면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약 110억 달러로 세계 9위에 달한다.
물론 국방비의 비율이 높다 하더라도 모병제 실시에 따른 수 조 원 이상의 비용을 현재의 국방비 안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 재원 조달 방법은 구체적인 합의가 우선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전체적인 예산의 조정과 더불어 방위세 도입 등과 같은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방위세는 모병제를 실시함에 따라 직접 군역을 선택하지 않은 병역 대상자들에게 세금을 통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게 하는 것이다.
모병제추진국민연대 배성관 대표는 조선일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병력 숫자보다 첨단 장비와 무기 체계를 앞세운 ‘소수 정예’의 미래지향적 군대로 전환하려면 지금부터 모병제를 준비해야 한다”며 “모병제하에선 병력수를 20만~25만 명 선으로 유지할 수 있어 국방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모병제의 경제성을 논함에 있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지점은 바로 이미 한국의 국민경제가 사병들의 급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화장실 청소를 하고, 차렷 열중 쉬어를 반복하고 있는 사이 그가 사회에서 벌어들을 수 있었던 ‘월급’은 고스란히 사회적 손실로 남겨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일년에 1천 만 원을 벌 수 있는 사람이 군대를 간다면 그가 입대함으로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9,833만 600원이다. 즉 군대에 가게 됨으로써 연간 16만 6,400원의 소득을 얻고 대신 1천 만원의 소득을 포기하는 셈이다. ‘내가 거느리고 있는 부하가 몇 명이냐’가 스스로의 권력인 일부 군 장성들만이 그들의 인력을 공짜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같은 수준의 방위력을 유지하는데 드는 국민경제의 실질비용은 징병제의 경우가 지원병제의 경우보다 훨씬 크게 된다.
전현정 / jhj@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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