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민주노조 사수투쟁, ‘승패 갈림길’

“2월 9일 대의원대회 무효” 가처분 판결 ― 위원장 선출 방식 관건

9월 9일 해고자들이 면담을 요구하며 본사 로비로 진입하려 하자 사무직원들과 전경들이 막고 있다.


효성노조의 민주노조 사수 투쟁이 마침내 승패의 갈림길에 이르렀다.

대량해고, 해고자 신분보장 부결 ― 민주노조 말살의 신호탄

지난해 5월 25일 13년간의 무쟁의를 뚫고 파업에 돌입한 효성노조는 113일 만인 9월 14일 파업중단을 선언하고 현장에 복귀했다.
당시 현장복귀는 힘의 부침에 따른 눈물 머금은 안타까운 결정이었다. 파업기간 보아온 사측의 태도에 비추어 복귀 후 혹독한 탄압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징계해고 당한 조합원만 총 40명. 이밖에도 정직 124명, 출근정지 99명, 감봉 64명, 견책 3명이라는 중징계가 잇따라 떨어졌다.
해고자들은 10월 중순 ‘효성노조 해고자 복직투쟁 위원회’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복직투쟁에 돌입한다.
우선 끈질긴 투쟁을 위해선 생계비가 큰 문제였다. 노조는 해고자 생계비 지급을 위해 조합비 인상건을 대의원대회에 부쳤다. 그러나 사측의 사주를 받은 대의원들의 조직적인 반대로 두 차례 대의원대회 끝에 결국 부결되고 말았다.

“법이고 규약이고 필요없다” ― 불법 어용노조 등장

급기야 올해 초 효성자본은 민주노조 말살에 팔을 걷어 붙였다.
1월 17일 대의원선거에서 사측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당선된 것으로 보이는 45명의 대의원들(전체 62명)은 2월 9일 노조규약과 노동법을 무시하고 대의원대회를 열어 △민주노총 탈퇴 △규약개정(위원장 선출방식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전환, 조합비 인하 등) △임원 불신임 등의 안건을 가결시켰다. 2월 8일부터 똑같은 안건을 두고 조합원 총회가 진행 중이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 노조간부와 민주파 대의원·해고자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힌 어용대의원들은 경주의 한 호텔로 도망가 안건을 통과시켰다.
3월 4일, 이들은 다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자기들이 마음대로 바꿔놓은 규약에 따라 간선제로 성병일 대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하기까지 했다. 이날 대의원대회 장소는 로얄예식장이었다.
3월 6일 박현정 위원장이 만기출소했으나 사측은 대표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조 상근간부 전원에게 현장복귀 명령을 날렸다.
2월 9일 대의원대회 직후 노조는 법원에 ‘대의원대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2월 4일부터 민주노조 말살 저지를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한 해복투는 14명의 조합원이 지노위에서 복직판정을 받음에 따라 승소자를 중심으로 한 노조출입보장 투쟁과 민주노조 사수 투쟁을 병행했다.

사측과 어용대의원들, 재판부 총회 권고마저 묵살

불법·부당한 대의원대회와 위원장 선거가 정당했다는 사측과 어용대의원들의 억지 주장은 5월 10일 열린 가처분 심리에서 제동이 걸렸다.
재판부는 이날 심리에서 “개정된 규약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인정할 수 없고 기존의 규약에 근거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감시 하에 박현정 집행부와 성병일이 공동 주관하는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여 그 결과에 따르도록 하라”는 권고안을 낸 것이다.
이에 근거해 노조는 6월 5일부터 2·9 대의원대회가 통과시킨 안건을 두고 조합원 총회에 돌입했다.
그러나 사측과 어용 대의원들은 재판부의 권고안마저 무시하고 총회를 방해했다. 투표참여를 막기 위해 사측의 지시에 따라 반장들은 조합원들을 자신의 차로 출퇴근 시켰고 용역경비들은 투표소를 둘러싸고 접근 자체를 봉쇄했다.
이에 노조는 총회 기간을 한달 간으로 연장하고, 상집간부와 민주파 활동가들이 24시간 대기하며 총회 성사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으나 총회는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사측과 성병일은 지난 8월 13일 △임금동결 △격려금 1백만원 △타결휴가 2일 △창립기념 선물비 5만원 인상 △가압류 해제 여부 추후 결정 등으로 2002년 임단협을 타결했다고 선언했다.

재판부 “2월 9일, 3월 4일 대의원대회 무효”

효성노조가 낸 2·9 대의원대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결이 9월 13일 마침내 떨어졌다.
재판부가 내놓은 최종 판결문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02년 2월 9일 대의원대회 결의 중 박현정 위원장 불신임을 제외한 나머지 결의 및 3월 4일 대의원대회 결의 사항의 각 효력을 정지한다. △성병일은 신임 위원장의 당선 공고가 날 때까지 위원장 직무를 집행해선 안된다.△직무집행 정지기간 동안 신면주 변호사가 위원장 직무를 수행한다. △신면주 변호사는 판결문을 받은 후 1개월 이내에 위원장 선출을 위한 임시통합대의원대회 또는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야 한다.”
재판부는 지난 2월 9일과 3월 4일 대의원대회를 모두 무효라 판결했다. 따라서 당시 결의한 상급단체 변경이나 규약개정, 그리고 간선제를 통한 위원장 선출은 모두 무효이며, 2002년 임단협 또한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조는 “우리의 대표인 위원장을 우리 손으로 선출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우리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번 위원장 선거가 반드시 조합원 총회로 치러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줄 것을 조합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효성노조·해복투, 가처분 판결 대응 위해 ‘본사 앞 노숙투쟁’ 중단하고 복귀

효성노조(위원장 박현정)와 해복투(의장 박금순·서진상)는 9월 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본사 앞 노숙투쟁을 벌였다.
박현정 위원장을 비롯한 상집간부와 해고자 등 총 26명으로 구성된 상경투쟁단은 9일 새벽 5시 서울 공덕동 효성 본사 앞에 도착해 부당해고 철회, 민주노조 인정, 가압류 해제 등의 2001년 합의안 이행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에 돌입했었다.
애초 상경투쟁단은 기한을 두지 않고 요구안이 수용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지난 9월 13일 ‘2·9 대의원대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옴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해져 부득이 농성을 중단하고 19일 농성자 전원이 울산으로 복귀했다.
2주간의 상경투쟁에서 큰 줄기는 본사 앞에서 전개한 사장 면담 요구투쟁과 대시민 선전을 위한 중식·퇴근시간 집회였다.
사측은 사무직원들로 꾸린 구사대와 용역경비, 그리고 경찰병력을 동원해 본사 6개의 출입문을 철저히 틀어막고 일체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아 면담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또한 상경투쟁단은 성북동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자택 앞, 국회·한나라당 앞 1인 시위를 병행했으며 병원사업장에 경찰병력이 투입된 9월 11일에는 명동성당으로 달려가 규탄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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