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방침 위반논란 휩싸인 조돈희 민주노총 울산본부 해복투 위원장


“정치·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조직 규율의 문제를 올바로 결합시켜 민주노총 내에서 노동자들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8월 28일자 민주노총 울산본부 신문에 ‘조돈희 해고자 복직투쟁위원장 정치방침 위반사실 처리 중’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마땅한 처리방안이 없어 총연맹 정치위원회에 처리기준 마련과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논란의 당사자인 울산해고자협의회 조돈희 의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사건의 발단은 무엇입니까?

지자체 선거 시기에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집행간부인 제가 사회당 정당연설회에 참여하여 민주노동당 지지라는 민주노총 정치방침을 위배했다는 것입니다.
사회당 연설회에 두 번 참석했는데, 한번은 ‘노동자의 힘’ 소속 오세철 선생이 중구 연설회 때 연설자로 멀리서 오셔서 인사차 갔고, 한번은 동구 연설회에서 투쟁사를 했습니다.

□ 민주노총에서의 역할은?

민주노총 울산본부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민주노총 울산본부 당연직 대의원이고, 집행위원이기도 합니다. 집행위원회 및 단위노조 대표자 회의에 참여할 권한이 있습니다.
지역에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아닌 해고 동지들도 있기 때문에 울해협 의장과 민주노총 해복투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 사회당 정당 연설회 발언 요지는?

마침 그날 현대중공업에서 중대재해가 있었습니다. 특히 정당연설회가 열린 곳이 동구라 현대중공업 노동자가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많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자본의 탄압에 의해 노동조합이 무력화되고 현장은 숨쉴 수 없을 정도로 억압되어 있는 분위기라는 것을 말입니다.
마침 옆에 있던 민주노동당 김종훈 시의원 후보의 현수막이 눈에 띄어 그것을 가리키며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서도 우리 노동자들의 억압된 현실에 맞서 싸우기 위해 많이 나왔다. 그런데 억압된 현실에 맞서기 위해서는 열심히 투쟁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당은 투쟁하려는 당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중공업 해고자인 내가 복직하게 된다면 현대중공업의 이런 암울한 현실을 깨기 위한 투쟁을 하겠다. 이러한 투쟁의 길에 사회당도 함께 할 수 있느냐. 함께 해야 한다.” 이런 요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물론 우리 해고자들의 문제도 당연히 이야기했구요.
“내가 사회당을 지지하러 온 것은 아니다. 투쟁하는 정당이라 내가 연설자로 참석했고 함께 투쟁해 나가자.” 이런 얘기도 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 민주노총 정치방침과 이를 위배했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은?

이후 사회당 정당연설회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운영위원회에 보고되고 문제가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제 입장은 이렇습니다.
“사회당 정당연설회에 간 것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타인이 봤을 때 민주노총 집행간부가 사회당 운동을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고,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기로 한 정치방침을 위반한 것으로 얘기한다면, 위반한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위반했기 때문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면,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면 내가 그것도 부정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저는 동시에 두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첫째, 투쟁을 조직하고 노동자 세력의 단결과 투쟁을 통해 사회변혁을 하기 위한 그 중심에 민주노총이 있다면, 민주노총은 노동자 내부와 진보진영의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정치방침을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주노총 정치방침이 민주노동당만을 지지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 소속의 여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조합원들, 그외 진보세력들을 배제하고 가는 모습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둘째, 조직 규율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여러 정치세력이 함께 하고 있는 민주노총에서 다수가 결정했으니까 소수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무조건 따라와서 그것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다수의 입장으로 소수의 입장을 폭력적으로 억누르는 비민주적 요소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민주주의는 다수에 의해 결정되어 가지만 소수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해 낼 건지, 그들의 행동을 어떻게 보장할 건지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민주노총·진보세력의 단결에 도움이 안되는 것이고, 조직 규율의 문제도 다수가 결정했으니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방식은 오히려 내부 분란만 일으킬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조합원들 속에서 전노협의 정신을 다시 강조하고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이름으로, 그것도 부르조아 정치제도권 내로 들어가기 위해 전투적 조합주의마저 그 속에서 희석화되어 가고 있는 것을 볼 때 저로서는 이렇게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 애초 정치방침이 만들어지게 된 핵심적인 문제의식과 현재 문제는?

총연맹 차원에서 정리되어 있는 정치방침이라는 것이 특히 97년 노개투 총파업을 통해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노동조합 운동이 진보정치를 하는 당을 건설하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염원을 민주노동당이라는 하나의 그릇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지금 성격이 어떻든지 간에 제도 정치권 내에서 또는 투쟁을 통해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옹호하려는 것, 민주노총이 그러한 세력을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해 저는 긍정적 평가를 합니다.
그러나 어떤 한 견해에 동의되지 않고 나름의 정치세력이 형성되어 있는 지금은 이미 객관적으로 민주노동당이라는 한 그릇으로 모일 수 없는 조건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 세력을 하나의 조직 틀로 담아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어떠한 형태로 함께 투쟁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소홀히 한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의미는 이해할 수는 있으나, 그 외의 진보 세력이 민주노총에 의해 지지되지 않거나 오히려 적대시 되어 버리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 개인의 정치·사상의 자유를 가로막는 정치방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조직내 민주주의 문제로 얘기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한 의미에서 민주노동당 지지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수의 다른 입장을 가진 동지들의 활동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문제에 있어서 정치사상의 자유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죠.

□ 민주노동당, 사회당 당원도 아닌 ‘노동자의 힘’ 회원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노동자의 힘’은 진보세력이 진출하는 지자체 선거 공간이 당면 투쟁과 분리되어서는 안된다는 인식 아래 투쟁하는 선대본과 연대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었습니다. 그래서 투쟁을 열심히 하고자 하는 선대본에서 초청을 받았을 경우 그것이 어디든 갈 생각이었고, 민주노동당 해고자 김석진 후보 선대본과 사회당 두 곳에서 초청이 있어 참석했었습니다.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너무 표를 의식한 나머지 실망스런 선거운동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행보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이후 계획은?

저는 두가지 문제를 던졌습니다.
민주노총 내부와 진보진영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는 민주노총 정치방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조직 내부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소수의 견해를 어떻게 조직 내에서 반영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민주노총에서 토론되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 내에서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이번 사건이 두리뭉실 넘어가고 또다시 다수의 견해로 제 의견이 묵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전국과학기술노조에서 정치기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전의 2개 지부를 제명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로 인해 조직 규율이 강화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분열되었습니다. 제명당한 2개 지부가 노조해산을 피하기 위해 단위노조를 설립하고 민주노총으로 직가입했다고 합니다. 조직 규율을 내세워 소수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억압한다는 점에서 울산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과기노조나 울산에서 발생한 정치방침을 둘러싼 문제와 민주노조 운동의 우경화, 전투적 조합주의마저 상실돼가고 있는 운동의 흐름이 상호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두 가지를 실현하고 싶습니다.
정치·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조직 규율의 문제를 올바로 결합시켜 민주노총 내에서 노동자들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번 기회에 투쟁하는 정당, 계급적 성격을 강화하는 정치세력화, 그 형태가 어떻든 간에 그러한 논의도 진척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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