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left by 노동과세계]찰리 채플린을 그저 우스꽝스런 코미디 배우로 기억해서 아무 생각이 없는 광대쯤으로 보는 이들에게는 충격일 수도 있겠지만, 채플린은 세상을 바꾸는 영화의 정치적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몇 안 되는 영화계 스타 중의 하나다. 동료들을 '빨갱이사냥'에 팔아 넘긴 월트 디즈니나 헐리웃 진보파를 추방하는데 앞장선 레이건과는 그 격을 달리했건 것이다.
자본주의의 인간성 말살을 탁월하게 묘사해낸 <모던타임즈>가 무성영화시대 노동계급에 연대와 애정을 고백한 영화였다면, <위대한 독재자>는 2차대전 직전 스페인에서 독일로 이어지며 전유럽을 위협하던 파시즘의 준동에 대한 경고장이다. 사실 <위대한 독재자>가 제작에 들어간 것은 미국이 2차대전에 참전하기 전인 1937년이었고, 그 때는 나치가 폴란드를 침공해 이후 대학을 저지르기 훨씬 전이었다.
채플린은 이전의 작품에서도 그렇듯 1인2역을 맡아 말 그대로 종횡무진 스크린을 누빈다.
코마니아라는 가상국가는 독재자 아데노이드 힌켈의 폭력적 통치와 인종차별로 신음하고 있다.
1차대전의 기억으로 고통받으며 20년 동안 병원 신세를 지다가 막 돌아온 한 유태인 이발사는 독재자와 외모가 같은 바람에 힌켈로 오인된다. 우연히 독재자의 지위에 올라선 이 이발사는 평화와 민주주의, 박애를 강조하는 연설을 전세계에 방송한다.
비록 <모던타임즈>보다 극적인 반전의 힘과 속도감은 떨어지지만 채플린과 그의 부인이었던 파울렛 고다드를 비롯한 출연진의 열정적인 연기는 유머와 정치를 적절히 섞는데 부족함이 없다. <위대한 독재자>는 또한 무성영화와 다를 바 없는 장면들도 있긴 하지만 채플린의 첫 번째 유성영화로서 그의 영화경력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며, 특히 이후 반공주의가 득세하면서 미국에서 추방당한 채플린에게 좌파혐의를 지운 대표적 작품이기도 하다.
60년이 지난 올해, 베를린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면서 이 작품이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은 이 영화가 만들어진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가진 세계사적 보편성 때문이다. 유럽은 극우파의 확산과 비제도적 좌파의 성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은 밖으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대 이라크 전쟁을 선동하면서, 안으로 아랍인은 시민권 소지자조차 수사기관 멋대로 부당하게 구금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파시즘의 먹구름이 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60년전에서 날아온 파시즘에 대한 코믹하면서도 신랄한 경고를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신자유주의와 노동계급의 한판승부를 준비하며 다른 세상을 맞이하기 위한 전열을 가다듬어 보기 바란다. 제작·감독·주연 찰리 채플린. 10월16일 개봉.
김명준 (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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