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여 만명의 학생·학부모 정보와 36만여 명의 교사 신상파일을 한 데 묶는 교육행정시스템 계획을 추진중인 교육부가 교사 154명의 질병 사유와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이면지를 활용, 일선 교사에게 문서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가 지난 5월 1일자로 충북지역 한 교사에게 보낸 공문 뒷면엔 6장 분량의 '교원 병가 현황'이 적혀 있었다.
충북지역 초등교사 154명의 학교와 주민번호가 인쇄된 이 공문엔 병가 사유로 '임신34주 조산증', '음낭수증 수술', '요추부 염좌' 등이 각 교사의 이름 옆에 기록돼 있었다.
한편, 교육부는 위탁 업체인 삼성 SDS와 함께 지난 9월말까지 81년 이후 졸업생 수천만명의 신상정보를 일괄입력한 데 이어, 교사 개인 신상정보인 정당·사회단체 가입, 징계·형벌, 가족 주민번호와 장애 여부 등 22개 항목 세부 내용 200여 개 이상의 항목을 포함한 교원인사기록 내용을 일괄 입력해 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 인증거부운동과 반대 서명을 벌이고 있는 전교조 교육행정시스템대책팀(팀장 박상준)은 10월초 감사원에 새 시스템의 추진과정 의혹과 세금 낭비, 정보인권 침해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나도 모르는 새 ‘신상정보’ 입력 완료
교사·학생 정보 교육부 서버로, 법률 위반 지적
종교, 생활수준, 전자메일, 건강상태, 재산총액, 부업명, 부업월수입, 정당·사회단체….
교육부가 교육행정시스템을 추진하면서 올 9월말까지 입력을 끝낸 전국 36만 교사에 대한 신상기록이다. 교육부는 위탁업체인 삼성SDS의 힘을 빌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대 분류 22개 항목 세부 분류 200개 이상의 교사 개인자료 입력을 이미 끝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 교육행정정보화추진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4일 “81년 이후 졸업생 대장과 교사 신상기록 입력을 올 초부터 9월말까지 지역교육청별로 끝마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전국 초·중등학교 교사들은 3·4 장의 종이에 자신의 연수기록을 적어냈다. 연수 학점화에 따른 조치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교육행정시스템 입력 작업을 위한 사전 절차였던 것.
이렇듯 전국 교사들의 개인신상데이터가 일제히 인터넷 선로를 따라 교육부와 교육청 서버에 옮겨진 것이다. 사정이 이런 까닭에 교사 개인의 동의절차 또한 있을 수 없었다.
전국 초·중등 학생 1천만 여명의 정보 또한 마찬가지. 지난해까지만 해도 CS시스템으로 각 학교 서버에 모여있던 데이터는 일제히 각 학교 정보부장의 ‘컨버젼’ 작업을 통해 교육청으로 옮겨졌다. 학생의 질병 이력을 담은 보건 항목 데이터 또한 어김없이 교육청으로 모였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하루아침에 학교에 있던 자신의 정보가 교육청과 교육부로 날아간 줄을 모르고 있는 상태다.
이제 교육부와 교육청은 컴퓨터 자판 몇 개만 누르면 개인신상 정보를 줄줄이 빼볼 수 있게 됐다. 교육부 국제교육정보화기획관실(실장 김정기)에서 올 8월에 만든 자료의 표현대로 ‘ONE/NON-STOP민원서비스’ 기반이 확립됐으며, ‘기관간 공동활용정보의 공유 및 연계’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교육기관의 편리함 뒤엔 ‘정보’로 인한 교사와 학생 인권침해 문제가 남아 있다.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 신상정보보호를 엄격히 규제하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이 법은 ‘개인정보제공자 또는 공공기관의 장은 사상·신조 등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현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모으면 아니 된다’고 못박고 있다. 또 정보통신법 25조에서는 “타인에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위탁하는 경우에는 미리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행정시스템에 들어가는 6000여 쪽의 방대한 정보 가운데 병력과 정당·사회단체 가입 정보 등 개인 인권 침해항목이 수없이 들어가 있다는 게 전교조 교육행정시스템 대책팀(팀장 박상준)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단위 새 시스템 도입을 반대했던 교육부 전 고위 관계자는 “이전까지 교육정책의 도구로 CS시스템이 사용됐다면, 이제는 정보화를 위해 교육정책이 따라가고 있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행정시스템이 전국단위로 실시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아직도 변화가 없으며, 중앙으로 학생과 교사 정보를 모을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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