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들이 노동자당을 지지한다?

외국투기자본 위주 정책에 중소기업가 단체 '반기'

오랜 지방자치단체 운영경험과 소득재분배를 통한 서민복지정책을 펼쳐온 노동자 정당이 노동자·민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할 수 있을까? 우리로선 상상하기 힘든 이런 일이 지금 브라질에서 일어나고 있다.

'룰라 지지'를 공식선언하고, 동료기업가를 상대로 활발한 득표활동까지 펼치고 있는 CIVES는 중소기업인 1백50여명으로 구성된 사용자단체다. 1989년과 94년 대선에서 룰라를 지지했던 기업인들이 모여 95년 발족한 CIVES는 PT를 지지하는 이유를 "당 강령이 비즈니스와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정당한 소득분배가 시장을 활성화하고, 이는 다시 생산자본을 활성화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건널 수 없는 강'도 있다. PT는 사회주의 정당이지만, CIVES는 시장경제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CIVES는 "과거의 노자관계가 대립적이었다면 이제는 국가경제 부흥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해석한다. "PT가 사회주의 정당인 건 알지만 당장의 경제부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언뜻 납득하기 힘든 이런 인식의 배경에는 브라질의 특수한 경제사정이 놓여있다. 브라질의 중소기업 은행금리는 무려 60%대로, 대규모 외국기업(20%)보다 세 배나 높다. 화폐가치가 떨어진 지도 오래다. 국내의 중소자본들로서는 IMF와 외국투기자본의 이익만을 보장하는 현정부보다 노동자정당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노동자 대 자본가'의 전선이 아닌 '투기자본 대 반(反)투기자본'의 전선이 쳐진 셈이다.

CIVES의 적극적 동참은 최근 PT가 보여온 '우파분열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 공동선대본을 꾸린 5개 정당 중 PL(자유당)은 여당 소속의 정치인들이 분리해 만든 당이다. 룰라와 동반출마한 부통령후보 조세 알렌카 역시 섬유기업 사장으로, CIVES와 친밀한 사이다. 지난 대선까지도 '좌파연대'만을 부르짖던 PT가 최근 우경화 비판에 부딪힌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 생산자본가들의 '승부수'와 PT의 '전략'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브라질 대선 결과에서는 물론 그 이후에도 눈길을 끄는 관전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이승철 keeprun@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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