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후보 TV토론 리허설 현장 "우리 모질게 몰아부칩시다"

이광호 madger@kdlpnews.org
9월 27일 0시 55분. ‘드디어’ 끝났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의 MBC 100분 토론이 비교적 잘 끝났다. TV 전원을 끄면서 <박하사탕>에 나오는 거꾸로 가는 기차가 생각났다. 기차는 방송 이틀 전으로 되돌아간다.

24일 오후 1시 50분. 잠실 롯데월드 지하 1층 sbs 테마 스튜디오. 몇 명의 ‘위장 보수주의자’들이 구수회의를 하고 있다. “모질게 몰아부쳐야 합니다. 아주 매몰차게 말입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재영 중앙당 정책국장. “우리는 오늘 보수주의자가 돼야 한다”는 말소리도 들려왔다. 대학교수, 언론사 기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 4명은 오늘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를 ‘매우 쳐야’ 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다.

권대표는 최근 <진보정치>와 인터뷰에서 TV토론 준비가 잘 안돼서 ‘초조하기까지 하다’고 고백을 해 온 터.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권대표가 최초로 실전 리허설을 갖는 날 스튜디오의 공기는 제법 묵직했다.

2시 12분. 후보가 도착했다. 스튜디오에는 20여명 당원들이 리허설을 ‘모니터’하기 위해 미리 와 있었다. 부산하던 스튜디오가 조용해졌다. 권대표는 패널리스트들과 악수를 나눈 뒤 분장실로 들어갔다. 분 바르고, 머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30분.

정책위에서 만들어준 자료를 뒤적이며 정리한 권대표가 실제처럼 만든 세트에 자리를 잡았다. 정확히 2시 50분. 예상보다 50분 늦춰졌다. 연습게임에서 있을 법한 농담이나 우스개도 별로 없다. 후보는 긴장한 듯하고 패널들도 자세를 고쳐 앉았다. 홍기표 비서가 권후보의 넥타이를 매만져 준다.

3분 후, “국민 여러분, 저 권영길은…” 제한 시간 3분 짜리모두 연설이 시작됐다. 3분이 넘어가자 사회를 보던 이재영 국장이 사인을 주었다. 아직도 할 말이, 읽을 원고가 많이 남았는데. 후보가 조금 버벅댄다. 시간이 훨씬 초과된 채 할말도 다 못하고 끝이 났다. “출발이 좋은 편은 아니군.”

본격 토론이 시작됐다. 날카로운 질문과 보충 질문, 덜 날카로운 답변이 오고가는 동안 스튜디오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20여명 참석자 가운데 권후보 얼굴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그들은 스튜디오 안에 설치돼 있는 5대의 모니터에 자신들의 시선을 각각 고정시켜놨다. 시청자들이 그럴 것이니까.

100분 토론과 동일한 포맷으로 진행된 이날 리허설에서는 정치, 경제, 외교 통일,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야말로 다양한 질문들이 던져졌다. 전날 경제문제 과외 공부에서 배웠던 예상문제가 이날 패널들의 질문에서 나왔는데 그만 대표가 답변을 못하고 말았다. 역시 경제는 쉽지 않다. 더욱이 금리가 어쩌고 하면서 나오는 ‘화폐 금융’ 분야가 아니던가.

장소 사용비까지 ‘엄청나게’ 지불하면서 실시한 리허설은 후보의 문제가 어디 있는지를 충분히 드러내주었다는 점에서 돈값을 한 셈이다.

정확히 5시, 130분 토론회가 끝났다. 곧이어 후보와 패널 그리고 참석 당원들이 함께 한 즉석 평가회의가 열렸다. 이상현 대변인의 진행. 여기 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고언들. 대안제시의 구체성 결여, “저 권영길이가...”라는 표현의 남발 등등... 지적이 나올 때마다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후보의 얼굴빛이 밝지가 않다. 그러나 어쩌랴. 맷집 키우는 것도 중요하니까.

내일은 두 차례의 리허설이 있다. 토론팀도 바꿔 가면서 진행된다.
100분 토론 일정이 잡힌 이후 추석 연휴도 밤잠도 잊고 준비해온 사무총국의 ‘동지’들이 고맙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다. 정책맨들, 비서진들, 대변인실 입들 모두가 머리를 짜내고 손발을 움직이며 준비해왔다.

그들은 간단한 저녁을 마치고 잠실에서 여의도로 향했다. 이날 리허설에서 나온 문제점을 ‘적발’해서 ‘시정’시키기 위해 그들은 또 밤을 꼬박 샐 것이다. 자료를 찾고, 논리를 찾고 때로는 감성까지 찾아가면서.

100분 토론이 끝나고 TV 전원을 끄는 지금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시 이런 것 아닐까. “시청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105호] 9.30 ~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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