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고단한 삶을 일으켜 세우는 휴식을 위하여

아이들과의 생활로 지치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은 계속됩니다. 보육교사의 나이는 자기가 맡고 있는 반 아이들의 나이와 같은 거라고 우스개 소리로 말하지만 때로는 나의 생활연령에 걸맞은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욕구를 느끼게 됩니다. 보육교사들의 삶에 잠시 휴식과 새로운 기분전환이 될 수 있도록 어른이 향유할만한 다양한 문화영역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쁜 일상에 한줄기 청량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Ⅰ.마팔다
끼노 글, 그림- 조일아 역/ 2002년 5월 초판 발행/ 아트나인/ 권당 3,500원

어린이집에서 어른 뺨치는 말솜씨로 어른을 당황하게 하는 아이들을 가끔 본다. 어른의 실수를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고 아니다 싶으면 선생님 체면 따윈 싹 무시해 버리면서 잘못을 지적한다. 만약 당신이 편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이들에게 당근과 시금치 먹기의 잇점을 설명하면서 조금은 낯이 간지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 이 아이어른들의 맹공이 시작된다. 슬그머니 식판을 치우려는 당신에게 “왜 선생님은 당근 다 안 먹었어요?”하고 펀치를 날린다.

그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누구라도 먹고 싶지 않은 것이 있기 마련이라고 입 속으로 우물거려 보지만 이미 아이들의 편식을 고치려고 애써 온 당신의 노력은 저 멀리 사라져가고 있는 중이다. 정말 이런 아이들이 반에 한 명만 있어도 자신의 행동 하나 하나에 얼마나 신경이 쓰이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생각한다. 어른들이 교육적이라는 말로 숨겨놓은 허위와 가식을 벗겨내는 이런 아이들이 없다면 어른들은 권위에 의존하여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바빠서 조금도 발전할 수 없었으리라. 만약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날카로운 눈과 귀에 포착되는 세상의 문제들에 좀더 솔직하게 귀 기울인다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천민 자본주의와 정치적 혼란기 속에서 길을 잃은 아르헨티나의 어른들에게 세상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제공하는 꼬마 여자아이 마팔다를 만나면서 때때로 내가 얼마나 타협하며 사는 존재인지 반성하게 된다. 여러분도 이 깜찍한 아이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 마팔다 >는 만화책이다. 유아교육전문서라고 이름을 단 책 중에도 여러 종류와 질을 가진 책이 있듯이 만화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일반 만화방이나 대여점에서는 구할 수 없으며 반드시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담겨 있는 놀라운 통찰력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이다. 물론 판매용 책이 대여용 만화책보다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만화의 수준을 이 책은 훌쩍 뛰어넘는다.

마팔다는 스프 먹는 것을 가장 싫어하고,(우리 나라 아이들이 푸르죽죽한 시금치죽을 주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 보라.) 라디오로 세계에서 일어나는 뉴스 듣는 것을 좋아하며, 세계의 모습이 아직도 그렇듯이 졸렬한 정치와 핵무기를 둘러싼 강대국의 자존심 싸움과 굶고 있는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이상한 어른들 때문에 지구가 아플까봐 걱정하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여자아이이다. 이 만화는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이르는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거기에는 아르헨티나의 사회문제와 전지구적인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소련과 미국의 냉전이 극심했던 시절의 이야기라 오늘날과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삶의 모습은 현재의 모습과 과히 다르지 않으며 그 점은 인류의 비극이다.

새해 아침, 마팔다는 새로운 해가 시작된 기대감으로 아빠에게 이렇게 묻는다.
“지구상에 기아와 빈곤이 말끔히 사라졌어? 핵무기도 해제됐어? 응?”
그러나 2002년인 지금도 마팔다의 아빠처럼 우리는 이렇게 대답해 줄 수밖에 없다.
“그게.....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가.”
마팔다는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 그럼 뭣 때문에 새해를 맞이하는 거야! ”
그래서 마팔다는 하나님께 기도를 한다.
“ 인간을 흙으로 빚어 만드셨다는 건 좋은데 이제는 우릴 이 진흙탕 속에서 좀 건져주시면 안 될까요? ”
정말 이 진흙탕을 빠져 나올 방법이 있을까?


Ⅱ. 오시모시스 존스
감독 패럴리 형제 / 주연 빌메레이 / 목소리 출연 크리스 락, 로렌스 피쉬번 / 2001년 제작, 비디오 출시 2002년 3월

우리 몸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텅 빈 위장은 꼬르륵거리는 소리로 무신경한 입과 목구멍에 자신의 본분을 다하라고 일깨워주고 기분에 취해 정량보다 많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적당히 분해해서 허리 아래 차곡차곡 쌓아두는 등, 몸 안에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조직과 시스템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 <오시모시스 존스>는 이러한 상상을 보다 풍부하게 전개하면서 건강과 몸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프랭크는 귀여운 딸과 함께 생활하는 중년 남자. 그에게는 한가지 나쁜 버릇이 있었으니 아무거나 먹으며(심지어 땅에 떨어진 음식도 10초안에만 주워먹으면 문제가 없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운동을 한다는 생각은 꿈에서조차 없는 건강무신경이 그것이다. 그러나, 프랭크의 몸 안에서 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오시모시스 존스”라는 백혈구다. 물론 주인을 닮아서 대책 없는 사고뭉치이긴 하지만 말이다. 영화는 이 백혈구와 달걀 노른자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온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균과의 쫓고 쫒기는 추격신과 목숨을 건(?) 격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십이지장과 이마의 종기, 소뇌와 목구멍에 이르는 길고 긴 여정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면서 프랭크 몸의 곳곳을 탐험해 나간다.

혈관은 도로로, 신장은 폐기물 처리장으로, 잘못 먹은 음식을 몸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배출버튼까지, 우리 몸의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신선하고 유쾌하다. 보고 나면 자신의 건강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영화. 그리고 새삼 내 몸을 움직이는 모든 것이 고마워지는 영화.


이윤경 한국보육교사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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