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벌인 아프간 전쟁의 목표가 ‘테러 근절’이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될까? 중앙 아시아 지역 문제, 에너지 문제에 밝은 전문가들의 대답은 ‘No’다. 미국이 진정 원한 것은 ‘평화’가 아니라 ‘돈’이었다.
카스피해 연안의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에는 자그마치 2,700억 배럴, 현재까지 알려진 전 세계 매장량의 1/5에 달하는 석유가 매장돼 있다. 중동을 제외하면 최대량이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전 세계 매장량의 1/8을 차지한다. 소련이 해체되기 전까지 이 지역의 엄청난 에너지는 미국등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련 해체 이후 신생 독립국들이 생겨나면서 석유기업들은 앞다투어 이 지역을 노렸다. 미국이 가장 의지를 보인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이 엄청난 석유와 천연가스도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한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점에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적당한 이동로는 바로 아프간 경유로다. 석유 소비 증가율이 둔화되고 공급자 사이의 경쟁이 치열한 유럽, 정치적으로 위험한 러시아·이란이 아닌, 석유 소비가 급증하는 곳, 아시아로 가기 위한 석유 운반 경로의 길목에 아프가니스탄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95년 미국의 석유회사 유노칼(Unocal)은 아프간을 경유하는 송유관 건설 협상을 시작했다.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을 장악한 것이 1996년 9월. 미국이 이를 묵인한 이유가 탈레반의 동의를 얻어 송유관 건설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그러나 탈레반은 미국의 기대를 저버렸다. 유노칼은 탈레반 정권의 보호를 받는 오사마 빈 라텐이 동아프리카의 미국 대사관에 테러 공격을 가하자, 1998년 12월 아프간 경유 송유관 건설 계획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그렇다고 미국이 탈레반 설득작업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탈레반 정권이 빈 라덴을 보호하는데도 미국이 아프간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 올리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석유, 군수자본의 후원을 등에 업은 부시 행정부는 탈레반 측이 끝까지 송유관 협력 요청을 거부하자 ‘제거’ 쪽으로 입장을 바꾼 셈인데, 때마침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전쟁 결과 탈레반 정권은 몰락했고 친미 정권이 들어섰다. 임시 정부 수반 카르자이는 유노칼이 송유관 사업을 구상하고 있을 때 자문을 맡았던 인물이다. 게다가 미국은 이 지역에 ‘대 테러 전쟁’을 빌미로 군대를 주둔시키게 됐다(!).
미국은 이 전쟁에 꼬마 핵무기급 폭탄인 ‘데이지 커더’등을 투입했고 그 결과, 최소 1만 명 이상이 폭격으로 사망했다. 추정되는 복구비용만 150억 달러 이상이다. 이 피비린내나는 장사가 끝난지 몇 개월이나 됐다고, 미국은 또다른 희생지 찾기에 혈안이다.
장성희 / jsh@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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