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79년,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이른바 ‘反테러법’을 제정하고 매년 5월 세계 테러 보고서와 테러 지원국 명단을 발표한다.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대해서는 소위 ‘깡패국가(rogue state)’라는 이름을 붙여 강력한 무역?경제제재 조치를 취하는데, 1993년 이래 이란, 이라크, 북한, 쿠바, 리비아, 수단, 시리아 등 7개 국가가 줄곧 지정됐다.
그러나 지난 1월,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이들 중 이란, 이라크, 북한 3개국만을 이른바 ‘악의 축’이라고 거명하면서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임을 밝혔다. 왜?
나머지 4개 국가는 9.11 테러 이후 테러범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미국이 주도한 전쟁에 소극적이나마 동참해왔다. 반면 이라크는 미국의 대(對) 테러 전쟁을 오히려 비난했고, 북한은 모든 테러에 반대한다는 원칙만 표명하는데 그쳤다. 이란은 초반에는 대 테러 전쟁 동참 의사를 밝혀 기대를 모았지만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에 대한 무기 밀수 사건등을 계기로 미국과 관계가 악화됐다. 반(反) 테러 연합 전선에 투항하지 않고 ‘밉보인 댓가’로 ‘악의 축’이 된 것이다. 미국의 테러 지원국 지정은 국제적인 보편 기준보다는 미국의 국익, 외교관계 등 정치적 판단에 더 많이 좌우되는 것이 사실이다.
‘테러 지원’으로 치자면 미국보다 더 경력이 화려한 국가는 없다. 베트남 전쟁(1964-1972년), 칠레 아옌데 정권 전복(1973년)을 비롯해, 엘살바도르 내전 군사 개입(1981-1983년), 소말리아 무력 개입(1992-1995년), 이라크 침공(1990-1991년, 1998년), 코소보·세르비아 무차별 폭격(1999년), 최근의 아프간 폭격(2001년) 등 폭력의 역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중남미에 친미 성격의 반공 파시즘 국가를 수립·유지하기 위해 벌인 반체제 인사 납치, 고문, 학살과 민간인 학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학살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원조, 북한·이라크 등에 대한 경제제재 역시 테러임을 미국은 애써 외면하는 듯 하다. 자신이야말로 ‘악의 축’이라는 사실도.
장성희 / jsh@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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