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이라크, 다음은 북한?

4일 북미회담 개최

‘냉전의 악마’ 소련이 붕괴한 후 미국 군산복합체가 만들어낸 새로운 악마는 제3세계 반미 국가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이다. 북한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깡패 국가’로 낙인찍힌 상태. 클린턴 정부 말기만 해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는 상황까지 이르렀지만, 정권 교체 이후 북미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 왔다. 이런 와중에 지난 4일 평양에서 열린 북미회담은 악화된 북미관계의 개선 여부를 가늠하는 자리가 됐다.

미국은 회담에서 제네바 기본 합의에 따라 즉각 핵사찰을 수용하고 핵무기,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또 재래식 전력감축 문제를 비롯해 북한 내 인권 및 인권개선 등에 대한 포괄적인 입장을 전달하면서, 이같은 우려 사안이 해소될 경우에만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경제제재 조치 해제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이다.

북한은 미사일 개발 문제에 대해서 이미 지난 9월 열린 북일 정상회담에서 시험 발사를 2003년 이후에도 계속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국제테러조직에 흘러들어가고 있다며 수출 중단을 요구했고, 북한은 대신 연간 10억 달러 가량의 물질적 보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은 1987년 KAL기 폭파사건 이래 14년째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왔다. 북한은 테러지원국과 미국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9.11 테러 발생 당시 미국의 반테러 선전에 동조하고 ‘테러자금 조달 억제에 관한 국제협약’과 ‘인질억류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입하는 등 관계 개선에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은 ‘반테러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특별사찰 수용 등 북한이 테러 지원 국가가 아님을 몸으로 보여 달라’며 맞서고 있다.

사실 대량살상무기 사찰 시비는 미국이 이라크를 포함한 제3세계 반미국가와 전쟁을 벌이기 위해 내미는 상투적인 카드다. 이번에도 미국은 ‘북한 겁주기’ 카드를 내밀었고 북한은 일정한 양보로 답했지만, 회담은 서로의 입장을 파악하는 선에서 끝났다. 북미관계의 해빙 가능성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 아프간, 이라크, 북한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연쇄고리도 끊어진 것이 아니다.

장성희 / jsh@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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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 미국 , 전쟁 ,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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