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보다 무서운 경제제재

1991년 걸프전 이후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는 핵무기보다 무서운 대량살상무기였다.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기구는 UN의 경제봉쇄로 5살 미만의 이라크 어린이가 매달 5,000명 씩 죽어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제재로 죽어간 이라크인은 약 3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이제까지 모든 전쟁에서 사용된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사망자보다 훨씬 많다. 2차 대선 당시 미국이 일본에 투하한 핵폭탄으로 약 10만 명 정도가 목숨을 잃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 수치의 무시무시함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해 전 미국 국무장관 올브라이트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그 가치란 바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방지했다는 것. 경제제재 의 내용에는 화학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거의 모든 품목의 약품 반입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화학무기와 관련없는 약품은 반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만의 하나의 일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 대가로 이라크 국민들은 최악의 위생 상태 속에서 죽어가야 했다.

참상의 직접적인 이유는 걸프전 당시 파괴된 각종 시설이 경제제재로 인해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 주민생활의 필수품들은 무역금수 조치로 제때 공급되지 못했고, 식수의 양은 1990년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군사적 용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에어컨 차량의 수입도 금지되었다. 이라크의 여름 기온은 섭씨 40도 안팎이므로 음식물 등을 안전하게 수송하는 것 조차 불가능했다.

1996년, 경제제재에 대한 국제적 비난을 의식한 탓인지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제재위원회는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을 이라크 정부에 제안하여 석유 수출 수입금으로 이라크 국민들을 구제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사실상 후세인 정권의 쿠웨이트 침공 및 걸프전 배상 비용으로 충당되었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전쟁 배상금으로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총수입의 약 3분의 1을 지불해왔다. 2000년 한해 쿠웨이트의 정유회사들에게 지불한 배상금은 지난 5년 동안 이라크 국민 1,700만 명의 구제에 들어간 비용보다 2배가 많은 159억달러에 달한다.


전현정 / jhj@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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