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안 mulu@kdlpnews.org
부시 정부의 이라크 침공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대규모 반전 시위가 워싱턴, 런던, 로마, 마드리드 등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런던 시내에서는 40만명 이상이 참가한 유럽 최대 규모의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전쟁중지연대(Stop the war coalition)’ 등의 반전평화운동단체와 영국이슬람협회(MSB)가 주도한 이날 시위는 조지 갤러웨이 등 일부 노동당 의원들과 영화감독인 켄 로치, 켄 리빙스턴 런던시장 등도 참가했다.
켄 로치 감독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석유와 지역 패권을 확보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미국의 목적을 위해 영국이 10만명의 이라크인들을 살해하려는 것은 검토할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영국 이슬람 평의회의 이크발 사크라니 의장도 “이라크가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라크를 공격할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로마에서는 약 10만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항의하며 반전시위를 벌였다. 이탈리아 ‘공산당 재건당’이 주최한 이날 시위 행렬 가운데는 붉은 색의 공산당 깃발도 눈에 띄었으며 이라크 공격 반대의 구호와 함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비난하는 구호도 자주 등장했다.
마드리드에서는 5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반전시위가 벌여졌으며 호주의 시드니에서도 반전시위의 물결이 이어졌다. 파리에서는 트로츠키주의 노동자당이 이라크와의 전쟁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에서도 반전운동이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샌프란스시코, 로스엔젤레스 등지에서 시위대 5백명 규모의 반전 시위가 꾸준히 펼쳐지고 있는 것을 비롯해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28일 부시 대통령이 참석한 공화당 정치자금 모금 행사장 주변을 중심으로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지난달 29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연례 합동총회가 개최된 워싱턴에서도 5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반세계화 시위와 함께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집회가 병행됐다. 시위를 주도한 ‘이라크전 종식 전국 네트워크’ 측은 오는 26일 워싱턴에서 다시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학가에서도 대학생 반전단체 ‘평화로운 정의(Peaceful Justice)’등이 활발한 반전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이라크전의 전망을 논의하는 모임을 갖는 등 중동위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 언론이 하버드 등 동부지역 아이비리그 소속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 대다수가 반전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전시위를 벌인 각국의 조직들은 영국의 블레어 총리만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반대여론에 직면한 부시 정부의 대 이라크전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게 된다면 베트남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전세계적 반전운동이 벌어질 수도 있으며 반전평화운동이 국제질서를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는 가운데 9.11 테러 직후 “반전운동은 전쟁보다 더 빨리 일어났다”는 좌파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말처럼 대 이라크전의 위기가 고조될수록 반전운동의 움직임도 확산될 전망이다.
[ 106호] 10.7 ~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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