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돈희(노동자의 힘 회원)
무너진 골리앗!
7월19일(금요일) 128투쟁과 골리앗 투쟁의 거함이었던 현중노조는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그런데 그 비상사태는 대 사측과의 접전 때문이 아니라, 노조 내부의 타락한 임원에 의한 비리사건이 들통나버리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노조 창립기념품 납품업체 선정과정에서 사무국장이 입찰에 응한 특정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회계 감사들의 폭로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급기야 거센 항의에 부딪친 노조 집행부는 임기 8개월만인 7월23일 총 사퇴를 표명하면서 현중노조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다.
현중노조의 그리 길지 않은 역사는, 그러나 현중노조 자신이 의도했건 안 했건 전국 민주노조운동의 선봉이기도 했고 또 민주노조 운동의 기둥이 되기도 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나마 조합원들의 바램에 의해 유지되어 왔던 민주적이고자 한 집행부마저 자본의 바램대로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태를 몰고 오게 했던 책임으로 13대 집행부가 총 사퇴입장을 발표한 후 9월11일부터 13일까지 치러진 보궐선거가, 소위 현중내 제 민주세력의 광범위한 결집체인 '노동조합을 이끼고 사랑하는 현장 민주조직 연대투쟁위원회'(약칭 민주연대, 현중내 5개 조직이 13대 집행부 선거후 대 사측과의 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연대의 틀)와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던 동지들이 규합해서 맞섰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지원한 후보에게 패배했다.
'민주연대'는 '노동조합 사수와 2002년 2003년 투쟁 승리를 위한 민주후보 추대위원회(약칭 민추위)' 라는 틀로 세력을 최대한 확대하고(270여명), 조직원들의 추천과 민주적 경선을 통해 임원 후보를 선출했다. '민추위'는 곧바로 '노동조합만은 빼앗길 수 없습니다'는 슬로건 아래 반성과 혁신을 통해 노조를 바로 세우겠다는 내용으로 선거에 임했다.
그러나 '민추위' 후보진영은 "누가 노동조합을 빼앗아 간다냐?" "우리도 노동조합을 사랑한다" "강성노조가 15년간 집권했지만 결과와 성과가 뭐냐?" "조합원들을 추석에 빈손으로 안 보내겠다" "10월까지 임단협 마무리하고, 해고자들은 연내에 정리하겠다"는 상대후보의 대응에 조합원들 다수의 지지를 획득하지 못한 채 선거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했다.
민주세력, 투쟁세력 규합에도 사실상 실패
현중의 활동그룹중 한 소규모 그룹은 이번 선거에서 독자후보 전술을 확정하면서 '민추위'에 결합을 거부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민주연대는 노사협조주의 세력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진정한 운동적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와, "현재의 전선이 민주노조사수 전선으로 보는 것은 옳으나 현중노조의 근본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민주 대 반민주전선'을 친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선거공간을 투쟁의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나섰고 선거기간 줄곧 양대 진영을 비판하는 것과 과제를 제출하는 것을 자기 임무로 했다.(그들은 1차 투표에서 1,313표 7.2%를 획득했다.)
따라서 민주연대는 현중내 민주세력을 단일하게 결집시키는 것도 실패했고, 이는 '민추위'가 선거과정에서 현중노조를 지키기 위해 민주세력이 다 모인 것이라고 조합원들에게 설득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한편 '민추위'는 후보확정을 위해 민주적 경선 방식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 방식이 내부단결을 모아내기 보다는 오히려 역작용으로 나타났다. 애초 270명이 후보 '추천'과정에 참여하기로 등록하였으나 막상 후보추대 과정에서는 200여명 이하로 줄었고 후보최종 확정 후 선거돌입직전 내부 동력은 급격 하락하면서 선거운동과정에서는 150여명을 넘지 못했다. 또한 많은 전투적인 동지들이 중앙, 지역선관위 활동으로 자신의 위치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미 선거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
현중노조에 애정을 갖고 있는 동지들이 후보추대 방식을 민주적 경선 보다는 합의추대 형식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이는 관행적으로 지켜져 왔던 현중민주세력의 역사적 경험에 의해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하기도 했다. 되돌아보면 현중노조의 조건에서 비추어볼 때 충분히 검토했어야 할 사안이었다는 점은 지울 수가 없다.
조합주의의 한계
현중 민주세력은 뇌물비리 사태 돌발 직후 즉각적인 대응에서 수세적이었다.
나는 사태에 직면한 후 7월22일 오후에 "현중 노조의 총체적 위기 상황을 투쟁으로 극복하자!!"는 대응방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나의 안은 13대 집행부가 내부에서 총 사퇴입장을 정리한 후 급격히 선거준비 상황으로 전환되면서 기각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나의 안은 적극 활용되었어야 마땅했다. 나는 나의 안이 관철되지 않은 것은 현중노조 운동의 조합주의적 근본적인 한계에 의해서 가로 막혔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내가 제출한 주장은 다음과 같다.
현중의 노조운동을 둘러싼 현재의 객관적 상황은 타락한 노조간부에 의해서 도덕성의 타격을 받으며 급격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 그리고 그 집행부의 도덕성에 대해서 타격 해야 할 공격자가 민주세력이 아니라 소수의 양심세력을 제외한 다수의 어용 세력과 기회주의 세력이라는 점, 이에 반해 진정한 민주세력은 같은 죄인이 되어 머리를 숙이고 있고, 이틈을 비집어 어용세력들은 회계감사 보고서 등을 통해 현 집행부뿐만 아니라 온갖 비난을 동원해 민주세력 전체를 매장하려 하고있다는 점 등이다.
이런 상황은 자본의 정치적 음모가 숨어있음을 배제 할 수 없다. 그러한 혐의를 두지 않더라도 자본은 이 기회를 민주노조운동과 그 세력을 대중적으로 매장하는 동시에 자본의 말 잘 듣는 파트너를 만들어 내거나, 아예 노동조합을 말살하기 위한 기회로 포착하려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현중 민주세력의 정치적 과제는 민주노조 사수가 첫째로 중요하고, 이번 기회를 계기 삼아 노동조합과 간부, 나아가서는 전체 활동가들이 대대적이고 총체적인 혁신을 통해 다시 서는 현중노조를 건설해야 하고, 현장에서 투쟁하는 활동가와 조직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함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현중노조 운동의 역사는 다른 구구한 설명도 필요 없이 자발적으로 혁신하고 투쟁하는 운동이었다. 배신한 지도부는 아래로부터의 항의에 의해 살아 남지 못한 역사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사무국장의 비리사건이라는 점에서 달랐다. 또 아래로부터의 항의투쟁을 조직한 세력이 어용세력 이었다는 점에서 달랐고, 민주세력은 주춤주춤 거리며 머리 숙일 뿐이었으며 '자본의 음모가 있고 민주노조 사수투쟁 전선이다'는 상황판단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투쟁적으로 사태에 대응하지 못했다. 이점은 현중내 제 민주세력이 다시 규합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음이 선거상황이 끝난 지금도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 문제이다.
'민추위'의 선거시기 혁신정책
'민추위'는 선거정책으로 '노조만은 빼앗길 수 없습니다'는 주요 슬로건과 '투명성제고' '민주성과 공개성'을 주요 혁신과제로 제출했지만 '다시 해봐라'는 선택적 지지는 받지 못했다.
'민추위'의 주요 혁신정책에서는 특히 '평 조합원 노동조합운영 참여위원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아래로부터의 참여를 도모하기 위한 운동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평조합원 노조운영참여위원회는 "평 조합원들이 직접 노동조합의 예산책정, 운영과정과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하고, 사업의 평가 등을 하는 '평 조합원들의 일상적 참여기구'이며, 의결기구는 아니다"라는 상과 역할을 가지고 있다.
현중노조의 새로운 길은?
어쨌든, 현중노조는 이제 역사상 최초로 새로운 경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혹자는, 어용들의 아성이 되어버린 찌그러진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이 이제 더 이상 갈곳은 어딘가? 라며 우려하기도하고, 이제 진정한 노동운동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의미심장한 과제를 던지기도 한다. 현중노조 주체들은 현중노조 패배원인을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다.
"민주세력은 워낙에 큰 잘못의 부담을 안고 있었다."
"민주세력이 하나로 결집하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후보 결정과정에서 조직원들의 추천과 민주적 경선을 통한 결정이 오히려 내부의 결속력을 다진 것이 아니라 분열요인으로 작용하여 힘있는 선거를 치르는데 실패했다."
"사측의 공개적이고 노골적인 개입전략이 아닌 물밑 여론조직과 점 조직화 전략이 주효했다."
"상대진영의 중도색깔 후보 전략이 주효했다."(역으로 민추위 후보가 취약했다는 평)
"정책공약에서 대중추수 주의적인 실리 공세에 대적 할만한 민주파의 정책이 부실했다."는 등등의 패배요인이 동지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옳다. 그러나 그러한 선거패배 원인만으로는 앞으로의 대안을 찾을 수 없다.
보다 본질적인 원인분석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정몽준은 대선 출마선언을 앞두고 현중노조 임원 당선자들을 만났고 당선자들은 "정치개혁을 한다면 (대선출마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다. 정몽준 대선 출마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13대 집행부와 13대 보궐선거에 당선된 14대 지도부의 이 말 한마디는 현중노조의 앞날을 예측케 한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