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를 처절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넉달이 다되도록 장기파업을 하고 있는 병원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서울에 경희의료원, 가톨릭중앙의료원, 목포에 가톨릭병원, 충북에 제천정신병원, 제주에 한라병원 노동자들이 그들입니다. 그들은 노동자를 짓밟는 병원경영자와 경찰 용역깡패들에 맞서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명절이 다가와도 투쟁을 멈추지 못하고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남대병원에도 비정규직의 설움과 한을 가지고 처절한 울분을 토하는 전남대병원원내하청지부의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2002년 김대중정부의 마지막 추석을 맞이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모습입니다.
전남대병원의 도급하청직원들은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임금에 근로기준법도 지킬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호남지역 최고의 병원에 70년대에 전태일 열사가 온몸을 불사르며 외쳤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절규가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10년에서 20여 년을 전남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하고도 월급여가 4십9만7천5백원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1년 365일 24시가 맞교대 근무를 하여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는 데 그 댓가가 하루 날밤을 새는데 고장 수당과 식대가 9천원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똥물, 썩은 물을 뒤집어쓰면서 일해도 제대로 된 안전보호구도 없이 맨몸뚱아리로 일을 한다면 그곳이 정말 건강을 돌보는 병원이 맞을까요?
이해가 안가고 믿기 어렵지만 이것은 전남대병원 도급하청직원의 현실입니다.
1년짜리 도급계약으로 2중, 3중 착취, 노동자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데, 회사는 흥청망청.
전남대병원은 비용절감이라는 돈벌이 논리로 도급계약을 저가로 입찰하여 그만큼의 착취를 합니다. 그리고 도급회사는 그 도급비에서 또 이윤을 챙기고, 그도 모자라 업무는 늘어나도, 인력이 비어도 직원을 충원, 증원하지 않아 노동자를 다시한번 쥐어짜서 3중으로 착취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도급회사인 (주)한남개발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였습니다. 하지만 그해 회사이익은 5천만원이 넘었고, 접대비는 1천2백만원(누구를 접대하였을까요?), 기부금도 4백4십5만원이었습니다. 대다수의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않으면서, 누구를 접대하고, 누구에게 기부를 하였으며, 5천만원이라는 순이익은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이런 사실을 뻔히 아는 병원측은 지난 6월 1일자로 청소업무를 다른 회사인 (주)고암과 입찰계약을 하면서 기존의 도급비보다 3천만원을 더 낮게 계약하였습니다. 또 한번의 착취가 이루어 진 것입니다.
병원측은 하청노동자들의 절규는 무시하고 비인간적인 행태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청소업무를 하는 미화부 조합원들의 시급은 2천2백원입니다. 그런데 병원측은 사랑방신문에 시급 4천7백원을 주겠다면서 구인 광고를 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정규직원들에게 시간외 수당을 주면서 대체근로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권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노동자를 뭘로 보기에 이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노동자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한쪽의 노동자들이 먹고살게 해달라고 피어린 절규를 하는데, 다른 한쪽의 노동자를 동원해서 그 들을 짓밟으라 하면 되겠습니까? 이래서는 안됩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호남 최고병원이라는 곳에서 '생명존중'병원이라는 곳에서 이런 일이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을 이렇게 대하는 병원이 환자들을 어떻게 보겠습니까?
이러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모아 원청노동조합인 전남대병원지부 간부들이 로비농성을 합니다.
참고 또 참았습니다.
하지만 참는 데도 한도가 있습니다.
원내하청지부는 지난 5년 동안 휴면노조 상태였습니다. 그리하여 올해 초 새로운 집행부를 세우고,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산하에 전남대병원원내하청지부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처참한 삶을 이제는 더 이상 참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한남개발은 이를 이유로 병원측과 미화부 도급을 재계약하지 않으면서 미화부 조합원들을 저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 입찰한 (주)고암과 교섭을 수 차례 요청하였으나 교섭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주)한남개발과는 참고 참으며 교섭을 하면서 원만히 타결되기를 바랐고, (주)고암과는 교섭이 성사되기를 기다렸습니다. 3개월 동안을.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들과의 교섭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근본적으로 도급계약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법의 절차대로 조정신청을 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의 결론은 '조정불가'였습니다.
우리는 병원과 환자여러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지난 9월 6일부터 합법적으로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9월 9일 오전 경고파업, 12일 하루 파업만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하청지부 조합원들이 간절한 마음이 담긴 "최저생계비 보장하라!" "근로기준법 준수하라!"는 호소를 몸에 써 붙이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측은 우리의 이러한 충심을 알아주기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환자·보호자, 시민여러분! 간절히 호소합니다. 우리들의 간절한 호소에 귀기울여 주십시오. 즐거운 명절을 앞두고 이렇듯 눈물겨운 투쟁을 하는 우리들을 지지하고 성원해 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명절되십시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학교병원지부·전남대학교병원원내하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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