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에 울려퍼지는 노동자 단결의 노래

대구 성서공단 수요공연 이야기

신 강(성서 노동과 자치연대)

우리는 노동자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수요일 저녁만 되면 대구 성서공단에 인접해 있는 와룡공원은 흥겨운 노래와 사람들의 북적이는 소리로 온통 요란해진다. 7시부터 시작하는 '우리는 노동자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수요공연'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공연이 그 소란의 주범이다.

공원입구에서부터 무대까지 이어진 길에는 산업재해, 근로기준법, 최저임금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그리고 이주노동자 문제까지 노동자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꺼리와 투쟁들을 알리는 선전거리가 조성되어 있고, 그 가운데에는 산뜻하게 만들어진 가두상담소가 차려져 있다. 대구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노무사들이 매번 순번을 정해 무료상담을 하고 있다. 공원 한가운데 있는 무대에서는 성서공단 노동자와 주민들에겐 다소 낯설지만 노동운동에서는 한가락한다는 가수들과 노래패들이 등장한다. 소문에 의하면 수요공연 무대에 서는 것이 노래운동 하는 가수들과 노래패들의 꿈이라고 한다. 물론 들리는 소문이다. (이 글을 통해 수요공연에 참가해주신 좋은친구들, 소리타래, 박창근, 박준, 젠, 함께사는 세상, 소래광대, 매구, 횃불, 새벽강 등 많은 문화운동가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대구 성서공단는 84년부터 1차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하여 지난 2000년 조성된 3차단지까지 대략 1300여 사업체가 입주해 있는, 울산이나 창원 공단에 비하면야 마찌꼬바 수준이지만 대구에서는 그래도 가장 규모가 큰 공단이다.
1300여 업체에 고용된 노동자수는 대략 42,000여명이다. 대략 어림짐작으로 계산해봐도 1개 사업장당 평균 32명의 노동자들이 있는 셈이다. 그만큼 중소영세사업장이 밀집해 있고, 영세사업장이 다 그렇듯이 노동기본권 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1300여개 사업장 중 32개 사업장에만 노조가 있고, 민주노총 소속은 겨우 7개 사업장에 불과하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성서공단에는 노동조합이 무엇인지, 또 노동기본권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노동자와 그것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사업주만 있을 뿐이다.

공단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화,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라는 힘든 과제를 고민하면서, 우리(금속노조, 성서노동과자치연대, 성서노동자쉼터, 새벗도서관, 대구지역문예일꾼)가 할 수 있는 방안들을 하나 둘씩 모색했다. 출근선전전과 상담안내부터 시작했다. 그러면서 좀 더 눈에 확 들어 올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면서 거리공연을 생각해냈다.

처음에는 공단을 돌면서 진행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밖 식당을 이용하는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공단거리에서 공연을 하고 홍보물을 나누어주면서 성서 노동자들과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라는 짧은 시간과 관리자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기에, 퇴근 이후 좀더 편안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도록 5월1일 노동절을 첫 공연으로 와룡공원에서 수요공연을 시작했다.

거리공연에서 만난 노동자들

낯설고 서먹해 하던 노동자와 가족들은, 회가 거듭될수록 구경꺼리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전시된 홍보물과 나누어주는 홍보지를 관심있게 보면서 이런저런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고,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 철폐 서명전엔 줄을 서서 서명을 한다. 머뭇거리며 망설이던 노동자들도 동네사랑방 찾아들듯 가두상담소로 들어선다. 공연으로 시끄럽다는 진정이 들어왔다면서 찾아온 경찰들에게, "내가 주민인데 시끄럽다고 한적 없다." "이래 좋은 일 하는데 경찰이 와카노?" 라며 항의하는 사람도 아줌마 아저씨들이다. 8월 폭염의 잠못드는 밤에 진행된 '성서 노동자 가족 노래자랑'에는 800여 노동자와 주민들이 참가하여 성서 아파트단지가 생긴 이래 가장 시끄러운 밤을 만들었다. 시장이나 마트에는 수요일 저녁이면 손님수가 줄어든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한다. 이 역시 들리는 소문이다.

노동문화를 통해 노동자와 주민들을 만나고, 다양한 노동문제를 화제꺼리로 이야기하고, 또 자신들의 고민을 상담을 통해 털어놓고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이제 노동조합의 불모지, 노동기본권이 휴지조각 취급당하는 성서공단과 노동자가 아니라 차츰 자기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의지를 가진 당당한 노동자로 변해하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된다.

열 아홉 번의 공연이 남긴 것들

9월25일, 19번째 공연을 끝으로 올해 수요공연을 마감했다. 좀더 했으면 하고 아쉬워하는 노동자와 좀더 잘할 수 있었는데 라며 아쉬워하는 준비주체들간의 유대감을 가장 큰 성과로 하면서, 성서공단 밤하늘에 가득 찬 폭죽 아래 그렇게 마지막 공연을 마쳤다. 수요공연은 끝났지만 성서공단과 성서지역에서 할 일은 여전하다. 비정규철페 서명전을 공단과 와룡시장에서 계속할 것이고, 최저임금제 위반 고발센터도 운영되고, 또 이주노동자 무료건강검진 사업과 주거지역의 환경과 교육문제 등도 공동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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