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가란 말이 더 무섭다




주선영(가명․29․사무직)씨는 육아휴직 중이다. 남들은 부러워한다. 속도 모르고….
주씨는 50인 규모의 제조업체에서 근무한 지 3년3개월만인 지난해 12월 첫 아기를 낳았다. 여성직원이 대부분 미혼인 직장에서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신청한 탓에 주씨는 회사 눈치를 봐야 했다. 육아휴직은 ‘오르지도 못할 나무’에 불과했다. 하지만 주씨가 올해초 직장에 복귀하려 하자 회사는 “당신 대신 정규직을 새로 채용했다. 일이 있으면 다시 부를테니 육아휴직을 하라”고 말했다. 주씨는 ‘하는 수 없이’ 육아휴직에 들어갔지만, 다시 부른다는 회사의 ‘약속’은 믿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모성보호 관련 노동법이 개정되면서 유급 육아휴직제도가 시행됐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한테 육아휴직은 아직 ‘그림의 떡’이다. 제도 시행 뒤 지난 7월까지 육아휴직자는 1741명으로, 노동부가 예상했던 2만명의 8%에 불과하다. 무급이었던 지난해 육아휴직자수(2226명)와 별반 차이도 없고, 남성은 43명에 지나지 않는다.
육아휴직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문제다. 육아휴직 급여는 월 20만원으로, 최저임금 51만415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맞벌이가 아닌 경우엔 꿈도 꿀 수 없다.
“저는 비교적 복지가 잘 돼 있는 금융회사에 다닙니다. 그런데도 육아휴직을 한 동료는 한 명 뿐입니다. 다들 대단하다고 했죠. 돈도 돈이지만, 솔직히 1년 뒤에 그 직원이 다시 돌아오게 될 지 모르겠어요. 저는 임신중이지만 기쁨보다 걱정이 더 큽니다. 출산휴가 3개월 뒤에도 제 책상이 남아 있을까 걱정이 되는데, 이런 지경에 무슨 육아휴직을 합니까 육아휴직을 국방이나 납세의 의무처럼 해 놓지 않고서야 누가 맘 편히 쓰겠습니까” (노동부 홈페이지 ID 바보)
이처럼 육아휴직의 또다른 걸림돌은 휴직 뒤 본래 자리로 되돌아 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다. 내년 3월 출산을 앞둔 이주희(가명․29․사무직)씨는 “일반 기업체를 다니고 있는 여성들은 대부분 ‘육아휴직=퇴직’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도 육아휴직을 하고 싶지만, 육아휴직을 맘놓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현재 법적으로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어떤 불이익 처우도 금지돼 있다. 합당한 해고사유가 있더라도 육아휴직기간에는 해고할 수 없도록 할 만큼 ‘모성보호’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휴직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휴직 전과 동일하거나 동등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법은 법이고, 현실은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육아휴직자 가운데 현업으로 복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4월 아기를 낳은 뒤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이희경(가명․30․사무직)씨는 “복귀하지 않으면 새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니 내년 3월로 돼 있는 복귀시기를 당장 앞당기라”는 회사쪽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아기 생각을 하면 예정대로 육아휴직을 마치고 싶지만, 그러다가는 ‘짤릴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
‘뒤처짐’에 대한 불안도 육아휴직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지난 6월 6개월의 육아휴직에 들어간 강형석(31․제약회사 근무)씨는 “한 남성동료가 ‘휴직을 하지 않는 동료들한테 뒤처지면 어떡하느냐’고 물었다”며 “뒤처짐에 대한 불안도 없지 않았지만, 맞벌이하는 아내가 회사로 확실히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육아휴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우선 육아휴직 급여를 남녀평균임금의 30%(약 40만원)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득보장이 어느 정도 되지 않고는 육아휴직 활성화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기선미 정책부장은 “육아휴직급여 현실화와 함께 육아휴직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불이익을 주는 사업주를 철저히 단속․처벌해야 한다”며 “지방노동사무소에 등록된 실업인력을 활용하는 방안 등 대체인력 수급 시스템을 정부가 나서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중요한 것은 육아문제를 일하는 여성들만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박봉정숙 국장은 “육아휴직은 현재 부모세대 뿐 아니라 미래세대와 사회 재생산을 위한 필수적 투자”라며 “‘출산율 1.3’이라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출산과 육아가 더 이상 여성한테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아휴직해도 호봉 올라 휴직 30일전에 신청해야

육아휴직을 하고 싶은 사람이든, 육아휴직을 하면서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든 우선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궁금증을 문답으로 알아본다.

-누가 육아휴직을 할 수 있나

=아이가 만 1살 미만인 노동자로, 육아휴직을 시작하는 날 이전에 근로기간이 1년 이상 돼야 하고, 고용보험에 180일 이상 가입해야 한다. 비정규직도 할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아이가 만 1살이 되는 날까지로, 최장 1년이다. 여성이 산후휴가와 연결할 경우 45일을 뺀 10.5개월을 사용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번갈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나

=부부가 다른 직장에 근무하더라도 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배우자의 사망이나 부상, 질병, 신체․정신적 장애, 이혼 등으로 인해 아이 양육이 곤란하게 된 경우는 제외된다.

-육아휴직 기간의 임금과 승급 등은

=임금은 받을 수 없지만, 육아휴직 급여가 월 20만원 지급된다. 휴직한 뒤 1개월부터 휴직이 끝난 뒤 6개월 안에 월별로 거주지 관할 고용안정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휴직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되며, 호봉승급이나 퇴직금 계산 등에도 포함돼 산정된다.

-육아휴직 기간에 해고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나

=합리적인 해고사유가 있더라도 휴직이 끝나기 전에는 해고할 수 없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 처우는 법적으로 금지되며, 휴직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휴직 전과 동일한 업무 또는 동등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육아휴직 신청은 어떻게 하나

=휴직을 하고자 하는 날의 30일 전까지, 출산예정일 이전에 자녀가 출생하는 등 부득이한 경우에는 7일 전까지 사업주에게 신청서를 내면 된다. 휴직 중에 종료예정일을 한 번 연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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