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영/큐슈대학 대학원 박사과정 정치사 전공
지난해 4월 27일 “구조개혁 없이는 경제회생도 없다”, “성역없는 구조개혁”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범한 고이즈미 정권은 불경기라는 일본 최대의 문제를 일시에 해결해줄 수 있는 ‘신의 손’처럼 인식됐다.
역대에 찾아볼 수 없는 높은 정권지지율(74%)은 1992년 버블경제 이후 침체된 일본경제를 고이즈미 정권이 재생시켜줄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나타낸 것이었다.
그러나 경제회생의 실패와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다나카 외상의 경질로 고이즈미 정권의 국민 지지율은 40%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지지율의 하락은,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구조개혁’이라는 정책의 정당성을 극대화하면서 정국운영을 수행하려 했던 고이즈미 정권에게는 크나큰 치명타였다. 이러한 고이즈미 정권과 자민당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재료가 바로 ‘북일 정상회담’이었다.
그러나 정상회담 시 일본측이 현안과제로 삼았던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결과로 인해, 고이즈미 정권의 방북에 대해 일시적으로 호응을 보였던 여론은 정권에 대한 비판 쪽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정권은 이러한 충격적인 결과를 대북회담의 실무를 담당했던 외무성의 실무처리 잘못으로 돌림으로써 비판의 화살을 외무성이라는 관료집단으로 전가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이즈미 내각 차원에서는 사망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임으로써 국민들의 방북결과에 대한 강력한 지지와 함께 정권지지도 급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9월 21~22일 행해진 각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방북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88%정도(마이니치신문), 정권지지도가 60%대 중반(마이니치신문 67%, 요미우리신문 64.3%)까지 올라간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납북사망자 보상문제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고이즈미 정권의 자세가 북일국교정상화과정의 걸림돌로 작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방북 직후, 고이즈미 총리는 9월 20일 후지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인도적인 지원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북지원 문제는 쌀문제뿐 아니라 여러 가지 지원 방법을, 다른 나라들과 적십자 같은 단체와 협의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또 일본이 납북자 사망에 대한 보상문제를 이후의 대북 외교에서 거론하게 되면, 북한측이 ‘식민지시대에 대한 보상’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들고 나와 자칫하면 일본의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민당과 고이즈미 정권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요즈음 한국 내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재일 코리안 사회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조선계 학교나 학생들에 대한 비난과 항의 등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언론을 중심으로 형성된 일본 내 여론이 ‘그러한 행위는 납북자 사망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분위기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아무튼, 10월 1일 고이즈미 수상은 급작스럽게 내각 개편까지 단행했는데 이 역시 ‘예상치 못했던’ 북일정상회담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방북 이전인 10~11월로 예상됐던 내각 개편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 정도로 받아들여졌는데 방북 직후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개편은 향후 정국운영에서 보다 강한 헤게모니를 발휘할 수 있는 기반조성을 위한 것으로 성격이 변화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고이즈미는 방북이라는 도박을 통해 지지율 급상승과 함께 정국운영의 주도권까지 갖게 돼 일거에 ‘대박’을 터트렸다고 할 수 있다.
[ 106호] 10.7 ~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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