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③ 독자노조 생존 힘들어


[Copyleft by 노동과세계] 기아자동차사내하청노조 조합원들이 5월19일 광주금남로에서 열린 광주민중항쟁 기념대회장에서 비정규직철폐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신동준 shindj@nodong.org

비정규직, 조직으로 만나자...'생존률' 높이는 게 열쇠

1998년 한라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독자적으로 노조를 설립했다. 많은 노조가 깨져나갔지만 여전히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설립하고 있다.

정규직이 있더라도 관리직에 불과한 특수고용직인 경우 독자노조 설립이 불가피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업종의 동질성 때문에 학습지산업노조나 전국건설운송노조, 보험모집인노조 등 전국업종단일노조를 건설했다. 정규직 노조가 임시직, 계약직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의도적으로 배제할 경우 이들은 독자노조를 조직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통신산업개발 비정규노조나, 워커힐호텔 명월관노조, 한국통신계약직노조가 대표적이다. 파견직,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이랜드나 INI스틸 포항지부 등을 빼고는 대부분 독자적으로 조직됐다.

고용조건에서 정규직과 차별이 심해 통합이 어려운데다 고용사업주 중심의 조직관행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정규직과 통합노조를 꾸리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현재는 기아차 사내하청, SK인사이트코리아, 방송사비정규노조 등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넘기 힘든 제약들…깨지고, 다치고

비정규직 독자노조들은 같은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그 첫째는 제도적인 것이다. 계약직 등 직접고용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드는 순간 재계약이 불가능해진다. 파견직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업체 자체의 계약이 해지되고, 하청업체는 폐업해버린다. 실업급여도 제대로 못 받는 비정규직에게 계약해지는 곧 생존의 말살이다. 게다가 원청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도 성립하지 않고,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한 계약해지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

게다가 노조설립 자체가 봉쇄되는 경우도 있다. 비정규직이 노조를 만들기 하루 전에
정규직노조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규약을 바꾸는 바람에 결국 복수노조금지조항에 걸리도록 한 한국통신산업개발 같은 악의적 사례처럼, 복수노조금지조항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파괴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보험모집인노조처럼 아예 합법성을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설령 노조를 설립하고 단협을 체결했어도 실효성이 없다. 검찰에서는 재능교육교사들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멋대로 판단해 사측의 단협위반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독자노조를 설립한 비정규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은 이것만이 아니다. 비정규독자노조는 대부분 정규직과 갈등을 부추기는 사측의 전략 때문에 힘들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정규직들은 비정규직이 노조를 만들고 권리를 주장하면 자신의 고용을 흔들거라 생각해서 사측의 분리전략이나 분열선동에 넘어간다. 비정규직노조를 탄압해 제명된 캐리어노조 사례가 아니라도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탄압을 묵인하거나, 연대투쟁을 방기한다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점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어렵게 한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점과 한계를 이유로 정규직 노조가 받아 안기만을 무턱대고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독자적으로 조직할 수밖에 없다면 생존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독자노조들이 '점거투쟁'과 같은 강도 높은 전술을 구사한 것도 파업의 효과를 높이면서 생존하고자 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지만, 그런 희생을 모든 비정규직노조에 요구할 수는 없다.

가능하면 대다수 현장 비정규직을 조직하기 위해 애써야 하며, 다양한 투쟁전술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연대를 통해 노조의 투쟁력을 높여야 한다.

전체 노동운동진영 '목적의식적 조직화' 나서야

하지만 개별적이고 자생적인 투쟁에 기대 투쟁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독자조직화를 가로막는 각종 제약들을 철폐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은 비정규직만이 아닌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몫이다. 또한 목적의식적 조직화를 기획해야 한다. 투쟁의 폭발력이 있고 집중적 조직화가 가능한 곳을 찾아 힘을 다해 조직하고, 투쟁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비정규직노조가 일반화하면 생존률도 높아진다.

많은 독자노조가 깨지고 다쳤지만 그를 통해 비정규직 투쟁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노동운동이 해야 할 바를 정리할 수 있었다. 이제 비정규직 투쟁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목적의식적 조직화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우리 모두의 과제로 삼아 있는 힘을 다해야겠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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