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상/편집위원 cjsang21@hanmail.net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까. 한국 김대중 정권과 미국 부시 정권이 노동계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최근의 탄압 실태를 보면 이런 평가가 절로 나온다.
먼저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분에서 두 나라 정권은 일란성 쌍둥이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 김대중 정권은 이미 시퍼렇게 현실에 존재하는 공무원노동조합에서 ‘노동’이라는 말을 떼내고 노동3권 가운데 단결권만을 인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부시 정권은 기존에 존재하는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려고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요청으로 신설된 본토안보부(DHS) 장관이, 연방 공무원의 단체교섭을 보장하는 공무원법 제5조를 없애는 한편, 본토안보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개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 7월 통과시킨 것이다.
본토안보부는 공무원 17만명이 근무하는 ‘공룡’ 부처가 될 예정인데, 이 법안이 제정되면 현재 17개 노조(단체교섭 단위 50곳)에 소속돼 있는 이들 공무원 중 상당수의 노동기본권이 박탈된다.
부시 정권은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기존에 보장되고 있는 공무원의 작업장 권리가 유연한 대응을 못하게 한다는 점을 이 법 제정의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공무원들은 “사태 발생과 함께 우리는 이미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을 하고 있다. 신속성과 유연성은 우리의 일상생활”이라며 법 제정에 저항하고 있다.
부시 정권은 ‘국가 안보의 이름으로’ 조합원 신분까지 박탈하고 있다. 국제서비스피용자노조(SEIU)가 2000년부터 조직화시킨 공항 검색원들이 그 희생자들이다.
9.11 테러 이후 부시 정권은 교통안보청(TSA)을 신설하는 법을 제정해 연방 공무원이어야만 검색원으로 일할 수 있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노동조건이 양호한 연방공무원이 되는 것은 검색원들로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되려면 검색원들은 미국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검색원들은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다. 예를 들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검색원 중 8백여명이 비시민권자다. 그럼에도 부시 정권은 기존 검색원들에게 시민권을 신속히 부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검색원들은 본토안보부에 소속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영원히 노동기본권이 박탈당할 위험에 놓여 있다.
가톨릭병원과 경희의료원 등 병원들의 장기파업을 부른 악명높은 ‘직권중재제도’도 미국에서 형태만 달리한 채 상설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 9일 노스웨스트 항공에 근무하는 1만명의 기계공, 항공기 청소원 등에게 60일 동안 파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게다가 이른바 우리나라의 직권중재위원회에 해당하는 ‘대통령긴급위원회’를 설치해 당시 기계공 노조가 벌이고 있던 합법적이고 정당한 단체교섭을 중단시켰다. 기계공 노조는 4년 전 만료된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협상을 벌여 왔는데, 이 위원회 설치로 인해 회사쪽이 협상에 임하지 않고 대화를 중단해 버렸기 때문이다.
대통령긴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유나이티드 항공에도 적용됐다. 이 항공사의 기계공 1만5천여명은 94년 합의된 임금 양보안을 개선하기 위해 압도적으로 파업을 결의한 상태였는데, ‘직권중재’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올 9월에는 이 항공사의 노조가 임금을 94년보다 더 양보하지 않으면 18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현재 부시 정권은 아예 미국판 직권중재를 제도화시키는 법안을 추진중이다. 이 법안은 “항공교통산업의 원활한 기능은 미국 경제에 필수적”이라는 구실을 내세워, 노조에 직권중재 내용을 강제 적용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부시 정권이 내세우는 구실인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 고무줄처럼 늘어나 모든 대규모 산업, 대규모 기업의 파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부시 정권은 국내적으로 미국 노동자에 대한 전쟁도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 107호] 10.14 ~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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