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축소로 얼룩지는 특수건강검진 ― ‘직업병 예방’ 취지 무색


직업병 축소·은폐에 악용되는 특수건강검진


지난 9월 25일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위원장 하상수)은 소하리 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3년 동안 직업성 난청에 대한 특수건강검진 결과에서 특수건강검진을 담당한 병원들이 직업성 난청을 일반성 난청으로 조작하거나 직업병 환자를 유소견자로 축소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기아자동차, 특수건강검진에서 직업병 축소 200여건 넘는 것으로 밝혀져

이같은 사실은 노조의 의뢰를 받은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김수근 교수가 최근 3년 동안 검진자료 1만여건을 검토하면서 밝혀진 것으로 대규모 특수검진기관에서만 200여건이 넘는 사례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직업성 난청의 경우는 한번 발병하면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기발견에 따른 배치전환과 예방이 중요한데 난청을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을 놓치게 돼 평생을 청각장애에 시달려야 한다.
이에 기아자동차 노조는 △검진기관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특수건강검진 지정병원 취소 △전국 특수건강검진 병원에 대한 실태조사와 공정한 감사기구 구성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노사협상을 촉구했다.
특수건강건진 결과를 축소·은폐했다가 발각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4년에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수정액을 이용해 판정결과를 수정하는 방법으로 직업병을 조작한 경우가 있었고, 올해 1월에는 여수산업단지 엘지칼텍스 정유회사에서 2000년 상반기 특수검진결과를 조작해 100명의 직업병 유소견자를 83명으로 축소한 사실이 검진을 담당했던 의사의 양심으로 밝혀진 사례가 있었다.

직업병 축소·은폐에 악용당하는 특수건강검진제도

직업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해 유해작업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특수건강검진이 사업주와 검진기관간의 직·간접적인 유착이나 암묵적 동의에 의해 직업병을 축소, 은폐하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노조의 노동안전부서가 활동하는 사업장이나 대공장에서 사정이 이 정도이면 미조직,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특수건강검진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검진기관이 작업장을 방문해 집단적, 대규모로 실시하는 특수건강검진은 매년 60여만명 노동자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그 비용만도 150~200억원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검진 이후 설명이나 사후관리가 없어 실효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또한 현행 특수건강검진은 의사 1인당 1만명을 담당하고 1인당 3분씩 진찰을 통해 직업병 유무를 판정하고 있어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와 직업병 조기발견과 예방이라는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진폐나 소음성 난청을 제외하고 다른 직업병을 거의 찾아내지 못하고 있음 △검진대상이 제한되어 있어 대다수 산업에서 5%미만만이 특수검진을 받고 있음 △직업병이 확인되면 작업환경개선이나 전환배치 등의 조치가 아니라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쫓아내고 있음 등으로 현행 특수건강검진제도의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특수건강검진 제도의 개혁을 위해 △노동자 스스로 자신이 어떤 유해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 있도록 검진내용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 △노동자의 건강검진 선택권을 보장 △건강검진에 대한 사업주 책임 강화 △건강검진제도 전반에 대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감사권 보장 △노동자 건강진단제도 개선위원회 노사동수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 근골격계 산재요양 신청 ‘저지대책 수립’ 확인

한편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대우조선이 근골격계 유소견자 255명 중 179명에 대하여 산재요양 신청을 조직적으로 저지하고 산재요양 인원의 축소를 위해 종합적 대책수립을 했던 것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대우조선 사측이 탄압을 뚫고 산재요양 신청을 한 노동자들에 대해서 산재환자 병원 부근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여 산재노동자를 사찰해 온 사실 역시 회사측 문건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노조가 사측을 산재은폐로 고소고발 했지만 통영노동사무소는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려 사측의 불법행위를 눈감아 주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부산노동청장은 통영사무소 문제와 관련하여 “제기한 상황이 맞다면 조사하겠다”고 국정감사에서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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