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도 노동자 문화제를 만들어 보자”
처용 문화제와 노동자 문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제36회 처용 문화제(www.cheoyong.or.kr)가 태화강 둔치를 중심으로 열렸다. 이번 처용 문화제를 살펴보고, 아울러 노동자의 도시이면서도 노동자 문화가 제대로 꽃피지 못하고 있는 울산 노동문화의 현실을 되돌아본다.
처용 문화제, 4일부터 6일까지 열려
4일 열린 처용 문화제 개막식 축하공연에는 대중가수 김완선과 최진희의 초대공연이 있고 이어 시립 무용단의 공연이 있었다. 그런데 시립 무용단의 공연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국악에 맞춰 군무로 진행되었는데, 개막식에 참여한 시민들은 대중가수에게 보내는 박수보다 더 큰 박수를 무용단에 보냈다.
유명한 대중가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시민들에게 문화 예술로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 노동문화도 오랜 기간 문화 예술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노동자들 속에서 충분히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노동문화를 노동자들이 함께 나누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제대로 마련된다면 말이다.
5일에는 거리 퍼레이드가 있었다. 태화강 둔치를 출발해 성남동과 울산교를 지나는 코스였는데, 고적대들과 헌강왕·왕비·처용, 그리고 몇몇 홍보 대오들이 함께 거리행진을 했다.
거리행진은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이번 처용 문화제의 목표에 따라 기획된 것이었다. 하지만 왕과 왕비, 처용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거리행진은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왕과 왕비, 처용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신라 말 민중의 삶을 재현하는 것이 보다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노동자 문화제에서 거리 퍼레이드를 한다면 2000년 울산 노동자 문화제에서 기획했던 것처럼 87년 투쟁에서의 가두행진을 재현한다거나 아니면 노동의 생산물을 상징하는 것들을 거리로 갖고 나온다면 노동자의 도시다운 울산의 면모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번 처용문화제에는 경실련 주관으로 장애인들의 문제를 이해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애체험 어울마당’이 열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축제와 투쟁의 장으로서 노동자 문화제가 필요하다.
지역의 문화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처용 문화제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울산의 노동자 문화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울산에서 노동자 문화제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은 최근 몇 년 동안에도 줄기차게 계속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아직 신통치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 2000년에는 ‘87년 노동자 대투쟁 정신 계승을 위한 울산 노동자 문화제’가 일산 해수욕장에서 있었다.
그러나 집회를 준비하듯 노동자들을 동원하려고 생각했고, 임단협이 끝나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식이 점점 약해지는 시기에 열리면서 노동자 문화제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화섬3사 구조조정 저지 투쟁으로부터 촉발된 울산총력투쟁으로 인해 제대로 준비를 할 수가 없어서 송년 문화제로 열리게 되었다.
올해에는 울산 문화패들의 준비 부족과 울산 노동운동 속에서의 공감대 부족 등으로 인해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 문화제는 울산 지역 문화패들과 노동자들이 함께 만들고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축제와 투쟁의 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문화가 무엇이고 그것이 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가에 대한 자각이 부족함으로 인해 노동자 문화제를 만들어 나갈 동력이 잘 모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노동자들의 삶을 담아내고 세계관을 표현하는 ‘노동문화’
문화 예술은 현실과 세계관의 반영이다.
많은 예술 작품들 속에는 해당 시대 인간들의 삶과 아울러 작가의 세계관이 녹아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예술 작품을 통해 감동을 받기도 하고, 그 내용이 여러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거나 논쟁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예술작품들은 노동자들의 삶을 진지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TV 드라마에 나타나는 노동자들의 삶은 그저 무능력한 존재로 묘사되기 일쑤고,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젊은 사장에게 간택되는 신데렐라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인간 군상으로밖에 묘사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대다수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지친 몸을 술과 TV를 보는 것으로 재충전하기를 강요당한다.
이런 현실은 노동자들의 삶을 진지하게 담아내고 노동자의 세계관을 표현해 내는 노동문화를 활성화시킴으로써 극복해 나가야 한다. 노동자로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봄으로써 반복되는 일상을 조금이라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모든 노동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자 문화제는 그런 노동자들의 문화를 만들고 향유하는 데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부산에는 ‘메이데이 문화제’, 인천에는 ‘노동문화제’. 울산에는?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 노동자 문화제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부산에서는 ‘메이데이 문화제’, 인천에서는 ‘노동문화제’(사진)가 매년 열리고 있다.
부산 ‘메이데이 문화제’에 대한 소개글을 변현주 메이데이 문화제 기획위원이 보내 주었다.
“메이데이문화제는 1998년 노동자문화, 노동문화가 인류문화의 바탕임을 천명하는 ‘메이데이 문화선언문’ 낭독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부산지역 주요 집회 장소인 부산역 광장을 중심으로 다섯 차례 열린 메이데이 문화제는 매년 세계노동절인 5월 1일을 전후해 전야·폐막제, 전시, 집회, 선전전, 토론회, 예술 각 장르별 프로그램 등의 내용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2002년 현재, 그간 메이데이 문화제를 안착시키기 위한 노력의 결실로 문화제 상임 조직체계가 실질적으로 갖춰지고 있습니다.
메이데이 문화제는 노동자 민중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목소리와 얼굴(정체성)을 담은 문예프로그램을 통해 상업주의 문화 상황에 맞서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대안 문화제로서 메이데이 문화제는 매년 노동자 민중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지역· 부문 운동이 결집해서 집중된 목소리를 내는 문화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후 부산 지역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서 이와 같은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문화제가 가능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궁극적으로’ 삶의 질과 형태, 즉 문화를 바꾸는 일입니다. 메이데이 문화제가 그 길에 놓인 징검다리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노동자 민중이 함께 하는 그 길에서...”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