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철폐' 현수막 게시 못하게 한 것은 위법"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현수막 게시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4특별부(재판장 이홍훈)는 지난 4일 "춘천시가 현수막의 내용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5조 제2항에서 규정한 금지광고물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강원본부의 신고 수리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라고 판결했다.

민주노총 강원본부는 지난해 2월 춘천시가 '반민족·반통일·반인권악법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는 등의 내용이 '공중에 대한 위해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옥외광고물 관리법의 입법취지와 국가보안법에 정면 배치되는 내용으로 … 금지광고물에 해당'한다며 현수막의 신고 수리를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며 춘천시를 상대로 이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본지 2월 1일자>

이번 판결은 지난 1월 "국가안전보장 등과 비교해 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라며 민주노총 강원본부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던 1심 재판부(춘천지법, 재판장 이헌섭)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을 포함한 법률의 제·개정 및 폐지에 관해 자기의 의견을 표시하는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행위 자체를 … 공익을 위해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금지된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허용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서 "비록 헌법 제37조 제2항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헌법 제21조 1항과 2항에 따라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해서는 허가·검열을 수단으로 한 제한만은 법률로서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96.10.4 선고 93헌가13, 91헌바10(병합))을 인용했다.

또한, 재판부는 광고물 내용으로 표시할 수 없는 금지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옥외광고물 관리법 제5조 제2항과 관련 "언론·출판에 대한 사전허가·검열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광고물의 표현이 외관상 명백히 그 조항이 금지하는 내용을 표시하고 있을 때에만 광고물의 표시·설치를 불허가하거나 신고불수리할 수 있는 사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현수막의 내용은 이러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옥외광고물 관리법 제5조 제2항은 △범죄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잔인하게 표현하는 것 △음란 또는 퇴폐적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 △기타 법령의 규정에 위반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광고물을 금지하고 있다.

인권하루소식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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