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진/민주노동당 정책부장ㆍ변호사
대선이 두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텔레비전 토론을 비롯한 언론을 통해 알려진 민주노동당의 주요 대선공약에 국민들이 관심을 보내고 있습니다. <진보정치>는 보수정당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민주노동당의 주요 정책공약을 매주 한가지씩 깊이있게 다뤄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대선때까지 진행될 이번 기획을 통해 민주노동당의 진보적 정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설득력이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국민들의 반응은 어떤지를 짚어볼 계획입니다. 우리 당의 공약을 주변 사람과 토론해 봅시다.(편집자주)
그동안 한국에서는 계급정치의 미성숙으로 인하여 세금문제가 전면에 떠오르지 않았다. 세금은 결국 ‘가진 자’들이 더 많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조세정책의 변경에 따라 계층별로 보는 이익과 손해가 명백하다.
작년에 소득세율이 인하됨에 따라 연소득(과세표준)이 1천만원인 사람은 10만원의 세금이 줄은 반면 1억원인 사람은 2백70만원의 세금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사태 이후 빈부격차가 급속도로 확대됐고 전인구의 60% 이상의 소득이 감소됐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을 16채 소유하고 있는 의사, 변호사 부부의 4년간 소득이 3천3백만원으로 신고됐으며, 가격이 수십배 차이가 나는 강남의 아파트와 지방의 아파트의 재산세액이 비슷하다는 언론의 보도는 세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증폭시켰다.
이와 맞물려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부유세는 정말로 오랜만에 언론에서 ‘뜨게’ 됐다. 10억원 이상 재산가에 대하여 부유세를 과세한다는 민주노동당의 주장은 극도로 불공평한 세제에 근본적 불신을 가지고 있던 대중들의 정치적 감수성을 건드렸으며, 그만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노동자 민중의 신문’인 모 스포츠신문에서 이례적으로 인터넷 여론조사를 했으며, 과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세금문제가 대선에 있어서 하나의 이슈로 자리잡게 됐다. 그 여파로 우향우를 계속하고 있던 모후보도 상속세에 있어서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여 재벌들의 변칙 상속을 근절하겠다”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을 하게 됐다.
원래 과거에 재정학자들이나 세법학자들이 제안한 조세개혁방안들이 많이 있었다. 기본방향은 직접세의 비중을 높이며, 소득과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별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조세의 문제점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소위 ‘단일한 전선’을 형성하기가 어렵고, 용어의 난해함이나 복잡성 때문에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조세개혁방안은 기본적으로 장기과제인 것이 대부분이어서 현재의 불공평한 소득세나 재산세 문제를 단기간에 직접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은 기장의무강화, 간이과세제도 폐지, 분야별 세원관리의 강화 등 여러 가지 조치가 단계적으로 실시돼야 하는 것으로 일거에 해결될 수 없다.
부유세의 진정한 중요성은 그 세수를 통하여 의료, 교육, 주거 등의 필수적 사회복지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이것이 한국사회에서 과거에는 심각하게 논의되지 않았던 공평한 세제 도입을 통한 분배의 문제를 최초로 ‘대중적’으로 제기했다는 데에 있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분배의 문제가 정치 영역에 직접적으로 편입되는 계기가 됐다는 데에 있다.
당연히 부유세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유세는 분배를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고 민주노동당의 성장과 함께 실현될 수 있기에 또한 논의의 종착점이 될 것이다.
운동권이 그토록 비난해마지 않았던 ‘사민주의’ 경제정책의 최소한이 누진적 과세를 통한 사회복지에 투여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이다. 그 이상을 추구하는 민주노동당이 부유세에 대해서조차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지 못한다면 정체성 위기에 휘말릴 것이다.
[ 108호] 10.21 ~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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