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안 mulu@kdlpnews.org
지난 5월23일부터 시작된 가톨릭중앙의료원(CMC) 파업사태가 1백50여일째를 넘기고 있다. 9.11 공권력 투입 이후 명동성당 천막농성에 돌입한 보건의료노조 CMC지부는 가톨릭 중앙의료원의 이사장인 정진석 서울대교구장이 사태해결에 직접 나설 것과 9.11 강남성모병원 공권력 투입 사전 승인여부에 대한 진상조사, 노조활동 인정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같은 날 파업에 돌입했던 경희의료원이 노사간 협상을 통해 파업을 마무리지은 데 반해 CMC 장기파업사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가톨릭 기관에서의 장기파업, 무엇이 문제인가.
일단 CMC측이 타 병원들과 달리 불성실하게 교섭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임금인상안만 봐도 타 병원은 8% 정도 노사간 협상을 이뤘는데 CMC측은 2.6%를 고집했고, 단체협약도 몇 개 조항에 대한 긍정적 검토 수준이어서 노조는 불가피하게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며 CMC측은 ‘직권중재’로 맞섰다.
그러나 파업의 대가는 너무 썼다. 현재 구속 30명, 체포영장 발부 37명, 해고 1백87명, 징계위원회 회부 1천48명, 고소고발 3백61명, 출두요구서 1백50명, 손해배상청구 34억원, 가압류 77억원, 4개월치 무노동무임금 적용, 간부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령 등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가혹한 탄압이다.
김영심 농성단 상황실장은 “‘불법파업 딱지를 붙여서 노동조합을 박살내겠다’는 의도가 없다면 가톨릭을 이념으로 운영하는 병원에서 어떻게 이러한 무지막지한 탄압이 벌어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CMC 파업이 이렇게까지 장기화된 근본적 이유는 가톨릭 사제의 권위적인 노사관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마디로 가톨릭의 권위와 고집이 문제라는 지적.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가톨릭은 단 한번도 사회적으로 도전받은 적이 없고 언제나 사회적 권위를 누려왔던 만큼 굉장히 관료화돼있다”고 전제한 뒤 “CMC측 또한 노조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파업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사실상 부정하는 등 권위의식으로 똘똘 뭉쳐있다”면서 “사용자의 모습과 종교적인 권위가 함께 맞물리면서 이번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식 중인 오선영 강남성모 조합원도 “이들은 노동자들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낮고, 노조의 투쟁을 자신의 종교 혹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번 CMC 장기파업을 계기로 가톨릭 기관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덕상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도 “이번 CMC 파업은 사용자가 일반기업인이 아닌 종교인이다 보니 여러가지 악재들이 끼어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과거 평화방송이나, 메리놀병원 등의 경우처럼 종교계가 운영하는 노조에서 파업이 일어났을 때 장기화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들의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와 이덕우 당 인권위원장 겸 변호사, 곽노현 방송대 교수 등 천주교 평신도 1천여명은 지난 10일 명동성당 앞에서 ‘천주교 평신도 1천인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파업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병원측과 노조간의 조속한 협상재개를 촉구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가톨릭과 CMC 측에 “직권중재라는 위헌적 소지가 있는 사회법의 기준으로 현 사태를 바라보지 말고 ‘최후수단으로의 파업권 인정’, ‘집회 노조결성의 자유를 보장받을 권리’ 등 교회가 가르치는 사회교리의 기준으로 현 사태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6일 한시적 총파업을 벌인데 이어 오는 20일 ‘종교권력의 노조탄압’에 항의하는 전국 1천2백여개 성당 앞 선전전, 21일 직권중재 철폐를 위한 노동법 학자·교수 선언, 11월 초순경 2차 총파업투쟁 등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22일에는 로마교황청에 CMC 장기파업 사태를 직접 청원하기 위한 원정투쟁대까지 파견할 계획이다. 이주호 정책국장은 “노조는 그동안 가톨릭과 대립하려 했던 게 아니라 가톨릭에 호소하고 있었던 것”이라면서 “이번 파업은 사용자가 신부일 뿐 가톨릭과의 싸움이 아니었지만, 가톨릭이 계속 이렇게 나간다면 결국은 종교와의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108호] 10.21 ~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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