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팀
위기의 2003년이 한발 먼저 왔다. 기회도 함께 먼저 도착했을 수도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를 위한 투쟁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가 왔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시인 외교’가 북일 수교에 돌출 변수로 나타나면서 세계를 놀라게 한 게 엊그제다. 이번 북미 회담에서 북한이 시인한 ‘핵프로그램 개발’ 사실은 그 파장이 한반도를 넘어서 깊고 넓게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북미 관계의 경색 가능성, 동남아 안보 정세의 변화와 핵 보유 국가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국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내세운 핵사찰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대선 국면에서 이 문제가 ‘정략적’으로 이용되면서 햇볕정책의 용도 폐기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김대중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으며 청와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공세와 평화 원칙이 뒤섞이면서 부딪칠 공산도 크다.
북한의 의도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계산해 내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라는 새로운 안보 독트린을 천명한 부시 정권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걸고 있는 주변 국가들에게 ‘평화 원칙’을 지켜내도록 촉구하는 ‘운동’을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9.11 이후 조성된 ‘세계적 공안 정국’에서도 한반도는 북한의 개혁 정책 채택 이후, 아시안 게임의 북한 참여 같은 비정치적 분야의 교류와 맞물리면서 비교적 평화 상태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번 ‘사태’ 이후 한반도의 분위기가 급랭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평화 프로세스’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직은 평화와 대화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대중 정권은 북한의 핵개발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법을 강조하고 나섰으며 일본도 수교 교섭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부시 정권도 국무부 성명을 통해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평화와 대화를 통한 해법이 계속 유지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평화와 관련된 사활적 이해 관계가 걸린 한반도의 남북의 공조가 필요하다. 성급한 예단과 불필요한 강경 발언을 자제하고 김대중 정권의 평화와 대화 정책이 유지될 수 있도록, 국내외 강경파들에게 휘말려들지 않도록 지켜보고 함께 하는 것도 필요하다.
평화 해법은 평화를 촉구하고 강제하는 국내외적 여론과 압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때 가능하다. 그리고 이같은 압력은 평화의 길을 벗어나고자 하는 모든 세력과 집단들에 저항하는 투쟁을 필요로 한다. 미국의 매파와 일본의 우파 그리고 이들과 시각을 같이 하는 국내 수구 세력들에 대한 경계와 비판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 물론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의 정권을 향해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에 대해 신중한 반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 매파들의 대북 강경 노선 유지를 위한 ‘과장과 왜곡’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 94년 북한 핵사찰을 둘러싸고 전개된 북미간의 대립이 한반도를 전쟁 직전까지 끌고 간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미국이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남한 배치와 구매강요, 1천억원에 이르는 대포 레이더 등 무기를 판매한 사실을 알고 있다.
특히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배치 등 남한의 군사력 증강과 한미, 한미일 연합 군사작전이 북한의 핵 개발을 촉진시킨 측면도 잊지 말아야 한다.
평화는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민중의 이해와 함께 갈 때만이 효과적일 수 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미국 국무부의 성명이다. 북한의 핵 개발 사실 또는 사실의 ‘시인’이 갖는 의미와 배경은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냉정하고 신중해져야 할 때다.
민주노동당은 ‘북한의 핵개발 중단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진보는 평화의 다른 이름이다. 진보의 이름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싸우는 것은 진보정당의 임무다.
[ 108호] 10.21 ~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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