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귀있는 자 듣고 눈있는 자 보아라" 명동 보건의료노조 투쟁 "여기가 성당 맞습니까"

이지안 mulu@kdlpnews.org
“차수련 위원장은 단식으로 인해 급성심부전증과 기관지염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절대안정이 필요합니다. 일부방문자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명동성당 보건의료노조 농성천막 앞에 걸린 팻말의 글귀).
그대로 더 버틸 수는 없었다. 혈압은 70/40mmHg로 떨어지고 맥박은 50회에 머물렀다. 호흡 곤란과 현기증도 동반됐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장기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무기한 집단단식농성 19일째, 파업투쟁 1백43일째를 맞고 있던 지난 14일 월요일. “서울대교구와 가톨릭중앙의료원 이사장인 정진석 대주교가 단 한차례 면담조차 응하지 않고 있어 단식을 풀 수 없다”던 차수련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눈물 속에서 단식을 접어야만 했다.

단식 조합원들도 하나둘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나가고 있었다. 28명으로 시작한 단식단이 11명으로 줄어든 상태. 물과 소금에 의지하며 버텨나가지만 이젠 너무 벅차다. 11킬로가 빠져 걷기조차 힘든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단식 조합원들은 이날 명동성당에서 중곡동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일년에 두번 열리는 전국주교단회의에 병원파업사태의 진실을 알리고 정진석 대주교와의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김영심 상황실장은 “단식 조합원들 모두 어느 순간 심장마비로 쓰러질지도 모르는데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명동성당 들머리로 내려오는 순간, 천막 옆에 세워진 이동간이화장실 2개가 눈에 띄었다. 명동성당측의 화장실 사용 제한조치 때문에 근처의 호텔이나 지하상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조합원들의 불편이 계속되자 이날 보건의료노조가 ‘긴급 수배’해 설치한 것이었다. 화장실 사용은 11일 민주노총 천막이 들어서면서부터 완전히 차단됐다.

“화장실(사용 제한조치) 때문에 그동안 몇번의 실랑이를 벌였죠. ‘들머리에 주차를 한 대도 안하면 화장실 문을 열어주겠다’고 해서 그나마 몇차례 화장실을 썼던 게 한 2주정도 갔어요. 정말 유치하고 치사하죠. 생명을 중시한다는 가톨릭이 단식자들의 생리현상까지 막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김실장의 말이다.

가톨릭의 ‘유치함’은 계속된다. 수요일 탈진해 응급실로 실려간 이경기 여의도 성모 조합원은 며칠전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던 도중 경비에게 쫓겨나기까지 했고, 밤 9시 단전은 아직도 여전하다. 농성단은 발전기까지 들여와야 했다.

이러한 성당 측의 비인간적 조치 때문에 조합원들, 특히 단식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 니다. 고미숙 강남성모 조합원은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면 물을 거의 먹지 않을 수밖에는 없는데, 그래서 오후 6시 소금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물 안마시고 그냥 버티는 단식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신부나 수녀들의 냉대와 무관심이라고. 김선미 강남성모 조합원은 “그많은 시간동안 어느 신부, 수녀 하나 위로나 안부의 말조차 건네지 않았다”며 “심지어는 계단 옆을 지나치며 정말 단식하냐고, 하루에 한 끼 정도는 먹고 하지 않느냐고 비아냥대듯 물어보는 수녀들도 있다”고 전했다. 오선영 조합원은 “특히 신앙적인 고민까지 겹친 가톨릭 신자 조합원의 상처는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이들은 또 하나의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기약없는 날 들을 힘겹게 버티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쓰러질 수 없다”는 각오다. 이런 각오는 단식단 뿐 아니라 5월23일부터 장기파업중인 강남, 의정부, 여의도 성모병원 조합원들과 17일 시한부 총파업에 동참한 전국 5천여명의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17일 수요일, 병원파업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마치고 명동성당에 모여든 5백여명의 조합원들은 △직권중재 철폐 △노동탄압 중단 △민주노조 사수 △구조조정 저지 등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중단없는 싸움을 벌여나가겠다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 108호] 10.21 ~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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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

    갑갑한 현실속에 하루에도 몇번씩 한숨을 짓습니다.
    명동성당에서 노숙하며... 단식하며...
    차가워진 날씨보다 더 차가운 대교구와 명동성당측의 냉대를 견디며....
    이렇게 관심있게 작성해 주신 기사를 보면...
    아직은 이 억울하구 답답한 세상에도 진실을 알리고자 애쓰시는 분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힘이 납니다.
    어떤 편견과 색안경도 쓰지않고 오직 공정한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