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산업개발지부, 8개월 줄다리기 승리

시설노조 한통산업개발지부(구 한통산업개발비정규직지부), 단체협약 체결 비정규직 임금기준 마련, 1년 단위 계약서 폐지 등 사실상 고용안정 확보

지난 2월23일 노조 설립 직후부터 복수노조 시비 등에 휘말려 활동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전국시설관리노조 한국통신산업개발비정규직지부(지부장 윤성진)가 지난 14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지부는 법원으로부터 지난 5월17일 ‘단체협약응낙가처분 신청’이 내려진 뒤인 같은 달 28일 첫 교섭이 성사된 이후 지금까지 끈질기게 협상을 해 오면서도, 안팎으로 내부 조직력을 다져 총파업까지 벌였던 지부의 이번 단협 체결은 전국 단위 비정규직 노조가 어려운 여건에서 '노동조합'으로서 위상을 세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노조는 이에 따라 2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소재 민주노총 강당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단체협약과 임금협상 결과 설명회를 갖고 일부 규약을 개정과 이후 사업방향을 논의했다.

계약직, 일용직 고용안정, 근기법 적용 확보

이번에 체결된 단체협약 가운데 가장 큰 성과는 계약직과 일용직이 1년 단위로 작성하던 계약서를 폐지해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인한 해고를 막아냈다는 것이다. 또한 ‘원청과의 용역해지 때는 최대한 전환배치 할 것’이라는 조항도 삽입하면서 늘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어 고용불안에 놓여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있어 ‘사실상의 고용안정’을 확보했다.

또한 노조는 그 동안 시설관리직이 ‘감시단속적 근로’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초과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시정했다. 초과근로 수당에 대해 비록 할증율을 적용하지는 못했지만 일괄적 금액(월 계약직 6만원, 일용직 4만원)을 지급할 것을 회사와 합의했다. 더불어 그 동안 세부적인 지급방식도 없고 포괄임금으로 산정됐던 일용직과 미화원들에 대해 포괄임금 산정 제도를 폐지하고 구체적 지급체계를 마련하였으며, 그 동안 인정되지 않았던 연월차 등의 휴일 수당과 생리휴가 등도 확보했다.

이와 함께 ‘특별휴가제도’(본인결혼 7일, 배우자 사망 6일 등)를 신설해서 모든 사업장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적용할 것을 단협안으로 명시했다.

포괄급여 폐지, 지속적 임금인상 토대 마련
임금협상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역시 ‘포괄산정 급여’형태의 임금산정 방식을 폐지하려는 노력이었다. 그 동안 계약직을 제외한 일용직과 미화원에게 적용되던 임금지금 방식은 실제 근무시간이나 근속연수를 무시하고 일괄적으로 지급되던 불합리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수 년 간 여러 차례 반복계약을 하면서 장기근속을 해왔던 비정규 노동자들이 이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계적인 정규직화 추진 신호탄"
지부는 노조 명칭을 '한국통신산업개발 비정규직 지부'에서 '한국통신산업개발 지부'로 변경했다.

이번 임금협상에서는 포괄급여를 연봉제로 변환하고 이후 근속연수에 따른 단계적인 임금인상 체계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기본급과 호봉 체계 수당체계 등을 적용하게 되었다

노조는 일단 임금 적용에서 일용직과 계약직의 차별을 없애고 단계적인 정규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도 일용직에게 '관리지침’ 등의 내규가 적용되고 있어 이를 폐지하고 단협을 적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속적인 고용안정 및 노동조건 개선에 힘쓸 터

노조는 앞으로 체결된 단체협약을 사업장에서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힘쓰는 한편 몇가지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했다.

우선 지속적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조합원들의 전국의 전화국에 흩어져 있는 만큼 노조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조합원 교육 등을 강화하는 한편, 일방적 계약해지 금지 역시 별도 합의가 아닌 단협에 명시할 것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전국조직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지회 단위 사업을 안정적으로 시행하고 전문적인 홈페이지 개설을 통해 온라인을 이용한 노조 활동도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감시단속적 근로’를 하는 시설관리직이 주5일 근무체계로 전환되었을 때의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노조는 이제 막 수당체계로 전환한 임금이 삭감되는 것을 방지하고 그 밖의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급단체와의 연대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대회에는 커다란 화환이 도착돼 있었다. 그토록 노조를 교섭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던 한국통신산업개발에서 ‘대의원대회 축하’를 위해 보낸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노조의 달라진 위상을 느낄 수 있었지만 노조 활동은, 확실한 주체가 된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한편 노조는 이날 지부명칭을 '한국통신산업개발 비정규직 지부'에서 '한국통신산업개발 지부'로 변경했다. 이는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에 매몰되지 않고 단계적인 정규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사실상의 비정규직 차별 없는 사업장을 '한국통신산업개발지부'가 만들 날을 기대해 본다.

김경란 기자 eggs95@kcw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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