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을 이끌고 있는 최기수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울산지회장

“점심까지 거르며 연대집회에 함께 해주는 태성공업 동지들을 보며 가슴 뭉클한 동지애를 느꼈습니다”





울산에서는 조선소하면 누구나 현대중공업이나 현대미포조선을 떠올린다. 그러나 울산에는 또 하나의 재벌그룹 산하 조선소가 있다. 한진중공업 울산공장.
민주노총 조합원들이라면 전노협 중심 사업장, 그리고 최근 의문사 진상 규명 노력이 활발한 박창수 열사를 통해 한진중공업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의 굵직한 투쟁들은 대개가 부산공장에서 일어났던 까닭으로 울산에도 공장이 있고 민주노총 사업장이란 사실을 아는 노동자는 의외로 적은 듯하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9월 19일 사측의 극심한 방해를 뚫고 2002년 임단협과 관련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시킨 후 부산·울산·마산공장이 공히 출근투쟁, 철야농성과 간부파업 등의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다음은 최기수 한진중공업 울산지회장과의 일문일답.

□ 울산에 한진중공업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한진중공업 울산지회를 먼저 소개해 주십시오.

한진중공업 노조는 부산·울산·마산이 각기 다른 기업별 노조로 활동하다 지난 2000년에 하나의 노조로 통합된 후 부산 본조, 울산지부, 마산지부로 운영돼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5일에는 금속노조에 가입해 지회체계가 되었죠.
부산지회가 조합원 910명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울산과 마산지회는 각각 249명과 220명의 조합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 지난 5월경 부산공장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저지 투쟁이 활발했고 이틀간의 전면파업도 진행됐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조조정 저지 투쟁의 상황은 어떠합니까?

구조조정의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사측은 지난 3월 부산공장을 시작으로 6월엔 울산공장, 9월엔 마산공장에서 희망퇴직을 강행했습니다.
지금까지 세 개 공장을 통틀어 무려 6백여 명이 희망퇴직이라는 허울아래 해고를 당했습니다.
노조는 구조조정이 시작될 당시부터 노조간부 철야농성, 간부파업, 부분파업, 이틀간의 전면파업 등을 전개했습니다.
투쟁의 결과로 사측은 지난 5월 30일 노조와 △더 이상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는다 △잉여인원에 대해서는 교육을 실시하되 교육 이수 직후 원직에 복직시킨다 등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희망퇴직을 계속 강행하는가 하면 교육을 마친 조합원들 중 45명을 아직도 원직에 복직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10월 4일에는 울산공장에 근무하는 30명의 조합원이 갑작스레 교육대상자로 발령이 나 현재 교육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교육 이수 직후 원직복직이라는 합의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한 교육에 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단협 위반 등을 근거로 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넣었고 지난 10월 18일 심리가 있었는데 공식 판정문을 받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승소 판정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 2002년 임단협 진행상황은 어떠합니까?

사측은 임단협 초기 상견례와 세 차례의 실무교섭에 참석했던 것 외에 4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40여 차례에 걸친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조는 지난 8월 합법적인 조정 절차를 거쳤고, 9월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시키고 쟁의행위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 핵심 요구안들은 무엇입니까?

지난 2000년 3개 공장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단협을 통일시켜 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통합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차이가 있죠.
3개 공장 중 내용이 가장 나은 울산공장의 단협으로 통일해 가려고 하는데, 그 중 인사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과 일방중재 조항의 삭제 등을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 사측이 교섭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 노조가 지난 6월 5일 금속노조에 가입하자 사측은 단위 노조에는 교섭권과 체결권이 없다면서 교섭을 거부했습니다.
사실 교섭권은 단위노조가 위임을 받을 수가 있고 체결권의 경우에도 노사합의가 단위노조 조합원들의 총회에서 통과되기만 하면 아주 심각한 문제가 없는 한 금속노조는 이를 승인하게 됩니다.
사측은 교섭 파행의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면서 조합원들을 노조와 분리시키기 위해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죠.

□ 2002년 임단협과 관련한 투쟁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습니까? 투쟁에 대한 탄압이 극심하다고 들었습니다.

부산공장은 간부 전면파업이 70일차를 넘어섰습니다. 울산공장은 10월 19일 현재 출근투쟁 59일차, 철야농성 45일차, 간부전면파업 12일차를 맞고 있습니다.
노조는 또 현장 동력을 상승시켜 가기 위해 보고대회, 중식집회, 부산공장 집중집회 등을 잇달아 열고 있습니다.
사측은 구조조정이라는 무기를 들고 탄압을 가합니다.
관리자들이 각종 집회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의 명단을 작성하면서 인사상의 불이익을 위협하고 있죠.
울산공장의 경우는 갈수록 열기가 상승해 현재 약 80% 이상의 조합원들이 노조 지침에 따르고 있지만, 부산공장의 경우엔 조합원들의 집회 참여율이 극도로 부진한 상태입니다.
희망퇴직과 교육발령이라는 폭풍에 한바탕 휩쓸린 조합원들이 극도로 위축되어 있는 것이죠.
마산공장은 최근에 신임 집행부가 들어섰는데 간부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투쟁 돌입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측은 울산공장의 동력만 죽이면 된다는 판단을 한 듯 합니다. 10월 4일 있었던 30명 교육발령이 그 시작이구요.
지노위 승소가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사측이 교섭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금속노조 탈퇴를 요구한다고 하던데요?

처음에는 금속노조만 탈퇴하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10월말로 부산과 울산공장 노조 집행부의 임기가 끝난다는 점을 이용해 차기 집행부와 협상을 하겠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구조조정 저지 투쟁과 임단투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고소·고발과 해고·정직·감봉 등의 징계, 손배와 가압류 등을 적당한 선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사측의 계산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 집행부의 임기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현 집행부와는 대화해 봐야 손해라는 것이겠죠.

□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차원의 지원과 연대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지난 9월 24일 부산공장 앞에서 금속노조 차원의 영남노동자대회가 열렸고, 10월 4일에는 민주노총 부양본부 주최의 연대집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울산공장에는 주 1회 꼴로 중식집회를 열고 있는데 금속노조 울산지부 소속 사업장 조합원들이 꾸준히 연대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태성공업 조합원들은 전원이 점심까지 거르며 중식집회에 함께 해주기도 해 가슴 뭉클한 동지애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 산별노조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현대자동차 노조의 산별노조 가입은 현대자동차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현자노조의 산별전환은 한국 노동운동의 사활이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부가 주 5일 근무와 관련해 노동법의 심각한 개악을 시도하고 있는 데는 노동운동이 그만큼 침체되어 있어 되받아칠만한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입니다.
노동운동의 10년 전진이 걸려 있다는 각오로 현자노조와 현장 활동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산별전환을 이끌어 냈으면 하는 바램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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