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산별, 교섭은 기업별?

[금속연맹 토론회] "산별교섭 거부 사용자 제재 필요"


*[photocopyleft-워킹보이스]

올 6월말 현재 민주노총 조직현황을 보면, 산별노조는 24개, 조합원 수는 24만7,458명으로 민주노총 전체 노조수의 2.5%, 조합원 수의 41.1%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 달 22일 조합원 3만8천여명 규모의 현대자동차노조가 산별(금속노조) 전환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계획하고 있는 등 산별노조의 수와 조합원 규모는 점차 늘어날 추세다.

이처럼 노조는 산업별 형태로 전환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용자들은 기존 기업별 형태의 교섭을 고집하고 있고, 이를 제재할 마땅한 법적 수단도 없어 노조 형태와 교섭 형태가 '따로국밥'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5일 열린 금속산업연맹 법률원(원장 김기덕·변호사) 주최 '산별노조의 단체교섭 현황과 법적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노조 조직체계는 산별로 바뀌어 가는데 교섭체계는 여전히 기업별로 방치되고 있다"며 "기업별 체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는 현행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금속노조 정일부 정책실장은 "사용자들은 산별교섭이 번거롭고 사용자의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주장하면서 거부하거나 기피하고 있다"며 "교원노조법에서처럼 '둘 이상의 사업(장) 노동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조가 일괄적으로 단체교섭을 신청한 때 해당 사용자들은 연합하여 교섭단을 구성,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덕 변호사는 "사용자들이 산별교섭 대신 산별노조의 기업단위 하부조직인 지부, 지회의 대표와 교섭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산별노조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것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기업단위 지부·지회의 독자성,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

부산대 이승욱 교수는 사용자의 집단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소개하면서 "임금, 근로시간 등 기업의 부담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개별 사용자의 집단교섭의무를 부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단체교섭 절차, 체크오프, 분쟁해결절차, 산업안전, 최저임금, 해고절차 등에 대해서는 집단교섭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산별교섭이 어렵다고 해서 산별노조의 기업단위 지부나 지회가 독자적으로 기업 사용자와 맺은 합의서는 법적 효력이 있을까?

지난해 금속노조 롯데기공지회는 집단교섭을 추진한 노조의 방침을 무시하고 집단교섭 무력화를 시도한 사용자와 별도 합의를 했고, 오리온전기지회는 금속노조와 구미지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지회장이 회사의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 관련 동의서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김기덕 변호사는 "금속노조 규약 및 규정에 의해 지부장이나 지회장을 단체교섭 담당자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지회장과 체결한 합의 등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지난해 2월, 성남지역택시노조 산하 남성운수분회가 분회 독자적으로 남성운수와 협약을 체결한 데 대해 "노조의 분회나 지부가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갖고 독립된 조직체로 활동을 하는 경우, 당해 조직이나 그 조직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며 남성운수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김 변호사는 "이 같은 법원의 태도가 유지된다면 자칫 산별노조의 기업지부나 지회에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인정하게 되고, 산별노조의 방침에 반하여 사용자가 기업지부, 지회 대표와 교섭할 경우에도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정일부 정책실장은 "산별노조 산하의 지부·지회 등 단지 집행단위에 불과한 체계가 단체교섭을 하거나 조직신고를 할 경우 산별노조로서의 기능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며 "현행 노조법 시행령에서 산하조직을 신고토록 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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