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여성취업률과 출산율


1960년대 서유럽은 여성의 취업률과 출산율이 반비례 관계에 있었다. 즉, 높은 여성 취업률이 낮은 출산율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으면 출산율도 높아지는 정비례 관계가 나타났다. 언뜻 보기에 여성이 직장을 갖게 되면 출산과 육아에 부담을 느껴 출산율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높은 경제활동참가율과 높은 출산율은 하나의 ‘패러독스’라 할 만하다.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대표되는 남유럽 국가와 스웨덴, 노르웨이로 상징되는 북유럽 국가의 출산율과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매우 대조적이어서 이러한 패러독스가 뚜렷이 나타난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출산율은 2000년에 각각 1.25와 1.22로 세계에서 가장 낮으나, 출산율이 별로 높을 것 같지 않은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각각 1.54, 1.85로 선진국 중에서도 높은 국가에 속한다. 반면 스웨덴, 노르웨이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80%에 육박하나 이탈리아, 스페인의 그것은 5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패러독스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두 나라군의 사회복지, 특히 가족복지 서비스의 차이에 그 비밀이 있다. 스웨덴은 여성들이 짊어져 온 출산, 아동보육, 노인부양 서비스를 공적인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해결하는 체제를 갖춘 대표적인 나라다. 다양한 복지제도 덕분에 우리나라처럼 아동양육에 ‘엄청난’ 돈이 들지 않고, 직장에서 특별한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에 출산을 기피할 이유가 크지 않다. 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유럽에서도 국가가 제공하는 아동보육이나 노인부양 서비스가 발달하지 않았고, 그 책임이 가족, 특히 여성에게 떠맡겨져 있는 낙후된 복지국가의 대표적 경우다. 여성 취업률이 떨어지고 출산과 아동양육에 대한 여성들의 기피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2001년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1.30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수준에 접근했다는 믿어지지 않는 발표가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크게 영향을 끼칠 이 문제가 주요한 국가 의제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다. 사실 출산율 저하 속도는 더욱 놀랍다. 지난해 통계청에서는 인구주택총조사를 토대로 2005년의 출산율을 1.37로 추계했지만 2001년의 출산율이 이미 1.30을 기록했다. 일본의 출산율이 2.1에서 1.33으로 떨어지는 데 30년이 걸린 반면, 우리나라는 1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와 같은 급속한 출산율 저하에 역사상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 최고의 노령화 속도까지 더해지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2000년 우리나라의 65살 이상 인구는 7.2%로 젊은 사람 10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구조였으나, 2030년에는 노인인구가 23.1%로 젊은 사람 3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구조가 된다. 이것은 출산율이 1.36에서 1.39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출산율이 1.2나 1.1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면 젊은 사람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사회가 올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젊은층이 노인들의 연금과 의료비를 충당하기 위한 막대한 세금을 부담하지 못해 노인이 적은 나라로 도피 이민을 가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미 세계 최저 수준에 도달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사회의 균형적 발전보다는 경제성장을 맹목적으로 추구한 기존 사회발전 노선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 가족과 여성에게 맡겨진 육아와 노인부양에 대한 국가책임의 강화, 그리고 공교육의 내실화 등 사회복지의 전반적 혁신이 없는 한 출산율 하락은 막을 수 없다. 일본은 최근 낮은 출산율에 대한 대책으로 남성들의 육아휴직 10% 달성과 그 기간 동안 연금보험료 면제 등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하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우리 정부는 조용하기만 하고, 유력한 대선 후보들도 출산율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다. 이제는 한국 사회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사회복지의 대대적인 확충과 정비가 필요한 시기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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