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관점서 본 지자체 여성정책과 예산'



△ 서울의 한 여성발전센터에서 헤어디자인반 학생들이 파마실습을 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자치단체예산 중 여성의 사회참여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의 여성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양성평등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민우회는 지난 16일 ‘예산에도 성이 있다-성인지적 관점에서 바라본 지방자치단체 여성정책과 예산분석’ 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경기 고양, 강원 원주, 경남 진주, 강원 춘천, 인천광역시, 서울 도봉구, 서울 양천구, 서울특별시 등 8개 자치단체의 여성정책과 예산에 대한 각 지역 여성민우회의 분석 내용이 소개됐다.

■ 분석방법=각 자치단체의 여성정책 담당부서 예산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 여성들을 위해 쓰이고 있는 예산도 분석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여성정책 담당부서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양성평등적 관점에 입각한 이른바 성인지성을 결여하거나, 행정적인 이유로 배정된 예산은 제외했다.이렇게 구성된 예산을 ‘여성정책 총예산’으로 명명했다.

■ 지역별 분석내용=각 지역의 ‘여성총예산’을 분석한 결과 8개 지역 모두 ‘여성의 고용촉진 및 안정을 위한 지원 강화’ ‘여성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교육체계 확립’ 등 두 항목에 대부분의 예산이 집중됐다. 이 두 항목에는 보육시설 지원과 여성발전센터 및 여성인력개발센터 지원금 등이 포함된다. 진주 96.6%, 양천구 94.8%, 원주 88.8%, 춘천90%, 서울 67.5% 등이었다. 두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 항목은 한부모가족 지원, 성폭력․가정폭력 방지사업 등이 포함되는 ‘다양한 여성가정복지 서비스 확충’ 이었다.

여성민우회는 이들 두 항목에 사용되는 예산들이 대부분 보육 지원이나 요보호 여성복지 등 보호주의적인 여성정책 위주로 돼있어 실질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지원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민우회는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보육예산도 늘려야 하지만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의 비중도 균형적으로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순수하게 여성정책 담당부서에만 배정된 예산 중에는 엄밀히 따져서 여성 관련 예산이라고 보기 힘든 항목들이 있었다. 서울 양천구 민우회는 “구민의 날 행사에 지원되는 구민알뜰장과 먹거리장터는 순수한 여성정책 예산으로 보기 힘들다”며 “이들은 양성평등을 위한 여성정책이 아닌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강화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지역에서도 남은 음식을 각종 시설 등에 지원하는 푸드뱅크 사업이나 재활용 사업, 생활개선 사업, 농촌일손돕기 등 여성예산으로 보기 힘든 항목들이 포함돼 있었다.
여성정책 부서의 전체 예산 대비 비율도 턱없이 낮았다. 서울이 1.2% 였을 뿐 인천 0.3%, 원주 0.26% 등 서울을 제외하고는 대략 0.3~0.1% 수준에 머물렀다. 여성정책 총예산의 여성 1인당 수혜액은 춘천 3만4820원, 원주 3만2312원, 서울 양천구 3만944원 등이었고, 인천 1만4735원, 고양 9497원의 분포를 보였다.

△ 지난 3월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한국여성대회 참가자들이 각종 구호가 적힌 피켓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예산 편성 과정에서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성인지적 관점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 총평 및 제언= 여성민우회는 모든 예산의 수립과 집행 과정이 성인지적․지역인지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석대상 8개 지역 중 인천, 원주, 춘천, 진주, 양천구 등 5개 지역에서 아직 여성발전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분석작업을 총괄한 중앙대 사회학과 김경희 교수는 “자치단체에는 여성정책 담당부서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산업경제부서, 의약과, 보건소 등 여성들과 관련된 프로그램과 정책들이 산재해 있다”며 “이런 정책들의 집행 과정에서 성별 함의와 영향을 고려하는 성인지적 관점으로 예산편성이 재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양성평등 용어설명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용어나 개념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정책과 예산 등 정부활동이나 각종 사회영역에서 자주 쓰이는 핵심적인 용어들을 정리해 보았다.

■ 성인지적 관점=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공공장소 화장실에서의 남녀 변기 할당 비율을 여성 60, 남성 40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 결과 여성은 신체구조와 복장의 특성상 용변시간이 남성보다 2배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립적으로 보이는 관행이나 정책일지라도 남성과 여성이 처한 현실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각종 정책이나 제도를 보는 것을 성인지적 관점이라고 한다.

■ 성주류화=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 세계여성회의에서 채택된 성주류화는 국가정책의 모든 단계에서 양성평등적인 시각이 통합되고 정책의 설정, 시행, 결과의 측면에서 양성이 평등한 권리를 갖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여성이 사회 모든 주류영역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권을 갖는 형태로 사회시스템 운영 전반이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 젠더예산=일반 정책의 입안 단계에서부터 남녀에게 나타나는 효과를 평등하게 조절하는 예산, 즉 성인지적 관점에서 편성된 예산을 말한다. 젠더예산 분석은 현재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필리핀의 경우 외국원조기금 및 일반예산의 5%를 ‘젠더와 발전예산’으로 책정하고 있다.

■ 여성정책기본계획=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수립된 양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1차 5개년 계획은 98년부터 2002년까지 진행됐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2차 5개년 계획이 진행될 예정이다. 여성부는 2차 5개년 계획 시안을 통해 사회 각 분야의 여성 대표성 제고 등을 통해 실질적인 남녀평등사회를 실현한다는 비전을 제시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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