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5일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하여 장애어린이의 치료 및 교육권 침해 사례를 들어 다른 부모와 함께 진정을 제출했다. 발달 장애가 있는 내 딸(7살, 3급장애)은 천주교 사립 유치원으로부터 입학지원을 거부당했고, 다른 부모의 딸(7살, 1급장애)은 심한 중복장애로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재활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다가 대기자가 많다는 이유로 2~3년 동안 중단당했다.
내 딸은 유치원 입학 이전 보육과정에서도 여러번 옮겨다녀야 했다. 한 어린이집에서는 6개월,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2개월을 다니고 말았는데, 보육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다른 유치원에도 입학했다가 교실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3일 만에 집으로 돌아와야 했고, 결국 장애아 전담 어린이집으로 옮기고 나서야 장기간 보육할 수 있었다. 또한 치료교육을 위해서도 국공립 복지관 내 조기교실 두 곳을 알아본 적이 있었으나,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기에 이를 포기하고 사설 조기교실과 치료교사로부터 치료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치료교육과 보육비가 만만치 않아 경제적인 부담도 뒤따랐다. 취학을 유예한 지 2년이 되었기에 일반 초등학교 취학을 목표로 일반 유치원에서 통합교육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뜻있는 유치원에서 입학을 받아줘 아이들과 함께 통합교육을 받고 있고, 잘하면 내년에는 초등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소박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어린이 부모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아이보다 단 하루만 더 살고 싶은’ 동병상련의 심정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자녀를 키우며 사는 것은 얼마나 큰 고통인지를 말해준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장애어린이들은 치료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장애아를 둔 가족에게 책임이 있다는 편견 때문에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거절당하기 일쑤이고, 초중등 과정도 부모의 부담이 크다. 2001년 우리나라 특수아동의 출현율은 2.71%로 초등학교 학령 400만명 중에 11만명으로 추정되나, 실제로 취학중인 아이는 5만4천명에 불과하다. 또한 0~5살 특수보육 대상이 10만명 정도로 추정되나 특수보육 중인 아이는 겨우 2600여명, 유아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는 1765명에 불과하다. 이 중 유치원 특수학급에 취원중인 장애어린이가 268명(서울 56명), 유치원 일반학급에는 16명(서울 0명)으로 장애유아의 통합교육은 거의 전무해 특수교육진흥법상 규정된 유치원 무상교육 원칙이 무색하다.
특수교육진흥법 제5조는 “초등학교 및 중학교 과정의 교육은 이를 의무교육으로 하고, 유치원 및 고등학교 과정의 교육은 이를 무상으로 한다”는 원칙을 규정한다. 하지만 “교육감 또는 교육장이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하여 학교에 배치한 경우”라는 단서 때문에 배정된 유치원에 현실적으로 입학하기 어려운 장애어린이들은 사설 유치원에서의 입학거부 등 이중의 차별을 받게 된다. 교육기본법이 헌법의 취지에 따라 초중학교 과정을 ‘무상 의무교육’으로 하고 있는데도 초등교육과 연계되어야 할 취학 전 장애어린이들의 치료교육, 유치원교육이 유상이라면, 이는 무상 의무교육을 원칙으로 하는 헌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가 장애아의 특성상 취학 전 치료보육과 교육 없이는 취학하기가 어려운데도 현행 법제도는 취학 전 특수보육을 방치하면서 취학 후의 특수교육을 보장한다는 모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와 자치단체는 소수의 복지관 조기교실, 국공립 특수유치원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장애어린이의 치료교육을 공공화하여 보장하지 않고 있다. 치료교육 시설도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다수의 장애아들이 대기상태에서 치료교육 기회를 놓치고 있고, 중증의 아이일수록 치료교육 기회에서 밀려나기 쉽다. 이런 모순 때문에 보통 장애아 부모들은 취학 전 치료교육을 위해 일반아동보다 두배 많은 교육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저소득 가정의 장애어린이들은 치료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부디 교육부와 복지부는 장애어린이의 치료교육 문제를 함께 고민하여 장애아동 조기진단 체계, 치료교육의 공공 무상화, 학부모의 특수교육 운영 참여 등 공공성의 관점에서 관련법 개정을 준비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장애아동 치료교육을 예산문제, 이해관계 이전에 ‘어린이인권’ 차원에서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인용/ 장애아동부모의 연대와 희망(littlepower.org)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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