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기획의 시작은 문화의 상품성을 인지하던 1920년대 미국의 재즈 시대 시절로 거슬러 간다. 미국의 재즈 시대는 대중 문화가 본격화되던 시절이었다. 이 때 일부에서는 대중 문화의 상품성을 깨닫고 대중 문화의 주요 요소였던 스타를 기획하는 시도를 행한다. 소위 스타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 시기를 지나 대중 매체가 다양화되고 수용자의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문화 기획은 본격화된다.
다양한 대중 매체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대중 매체들간의 연관성이 전에 없이 높아진다. 그리고 다양한 입맛이 밝혀지면서 대중 문화 산업은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그 결과 크로스 미디어 전략과 다양한 입맛 맞추기 전략이 고안된다.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고 다양한 입맛을 찾아나서는 일은 스타 개인이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매체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하고, 수용자 층에 대한 이해도 도모되어야 했다. 전문적인 문화 기획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문화 기획은 이제 미국 등 서구뿐만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든 문화 기획의 시대로 일컬어질 정도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대중 문화 산업은 기획사를 언급하지 않고서는 성립이 되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는 문화 기획에 문화권력이라는 칭호를 들이대기도 할 정도다. 문화를 주도한다고 말하던 매체들마저도 그 문화권력 앞에 맥을 못 추리고 있다고 불평이 대단하다. 하지만 문화 기획을 담당하는 쪽을 두고 문화 권력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정작 딴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문화 기획 담당 제도들이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점차 비대화되고 그를 기반으로 문화 독점을 행해내기 때문이기에 문화권력이라고 까지 부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 기획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어 왔던 개념이다.
문화가 기획된다는 그 자체를 악의 축으로 돌릴 이유는 없다. 누가 더 적극적으로 공공선을 위해 문화를 기획하는가가 관건이 될 따름이다. 문화를 펼쳐야 하는 매체가 복잡다기 해지고, 문화를 즐기는 취향이 다양화된 시점에서 문화 기획을 외면할 수는 없다. 상업주의적 문화 기획이 아닌 공공적 문화 기획을 고민해야 하고, 문화 기획을 위한 전술을 수립해볼 필요는 있다. 최근 들어서 일각에서 문화공학을 강조하면서 문화적 공공성을 위한 문화 기획을 역설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으로 여겨진다.
노동자 문화, 대학 문화, 동성애자 문화, 소수자 문화 등은 사회적 인식으로부터 상당히 멀어져 있다.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그 집단 성원으로부터도 소외되어 있다. 사회성 (공공성) 혹은 문화적 정치성을 돌아볼 여유는 더더욱 갖지 못하고 있다. 문화 기획은 그 같은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기존의 상업주의 문화 기획을 통해 퍼져나가는 문화적 내용을 제어하고, 문화적 척박함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문화 기획은 더더욱 적극적으로 권장되어야 한다.
대항적 문화 기획이 어떤 요소들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합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요소들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현재의 주도적 문화에 충격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새로움(혹은 숭고미)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획일적인 문화가 아닌 다양한 문화가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에 대한 주장이 담겨져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넘쳐나는 문화물에 비해 우리의 일상은 비문화적인 것으로 일관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꾸며야 한다. 문화는 화폐로 교환되는 것의 바깥일 수도 있음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 화폐 교환의 일상을 벗어나게 해주는 계기로서의 문화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매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업주의적 문화 기획은 이미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상업주의적 문화 기획이 독차지하고 있음에 좌절하기보다는 그들의 전술을 반면교사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새롭고도 창의적인 전술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지금 문화일꾼들이 맞고 있는 절대절명의 과제라고 하겠다.
원용진 :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yongji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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