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 조작ㆍ에너지 규제철폐 이론적 뒷받침

부시-엔론-하버드 3각 스캔들

이지안 mulu@kdlpnews.org
엔론과 월드컴 등 연이은 회계부정 사건으로 정경유착 스캔들이 확산됐던 미국에서 이번에는 하버드대가 이같은 추문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하버드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발간하는 <하버드워치(HarvardWatch)>는 하버드대가 지난 몇년간 부시 미 대통령과, 부시가 1986년부터 1993년까지 이사로 재직했던 에너지기업 하켄간의 ‘커넥션’을 통해 하켄의 부채를 숨기고 수익을 조작하는 거래를 지원했다고 19일 폭로했다. 미 최고 명문인 하버드대가 이윤을 부풀려 주가를 띄우고 탈세를 위해 회계를 사기치는 회계부정사건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다.

<하버드워치>는 또 하버드대가 에너지 시장의 규제정책 철폐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엔론에 막대한 이익을 ‘선사’하는 등 지난 몇 년간 하버드대 경영진과 엔론 고위간부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텍사스 주지사 출신인 부시가 정계에 입문하기 전 미 프로야구단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단주를 비롯해 하켄 등 에너지 관련 기업을 운영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지난 6월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경제컬럼니스트인 폴 크르그만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하켄에너지 이사 겸 회계감사로 재직 중이던 1989년 하켄의 주가가 손실공개로 폭락하기 직전에 소유 주식의 2/3인 85만달러어치를 매각한 뒤 이를 34주 후에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하고, 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내부자에게 자회사를 매각해 이익을 남긴 것처럼 회계를 처리하는 등 내부자거래와 회계부정을 저지른 혐의가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크루그먼은 이 문제가 덮어졌던 배경에는 당시 대통령이 부시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였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하버드대와 하켄이 처음 커넥션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1986년 하버드의
재정관리 당국인 HMC가 3천만달러를 들여 1만주의 하켄 주식을 사들이면서부터. 이는 부시가 CEO로 있던 적자 중소에너지업체 ‘스펙트럼7’을 하켄에너지에 2백만 달러에 매각하면서 하켄 이사자리로 취임한 직후였다.

하버드의 이같은 하켄에 대한 투자는 부시가 하버드대 MBA 석사 출신이라는 점과 하켄의 이사였던 부시의 존재를 제외하고는 설명할 수 없는 일. <하버드워치>는 90년 5월 하버드가 하켄의 유동성 위기를 면하기 위해 4천6백만 달러를 빌려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하버드와 하켄은 같은 해 12월, 공동파트너쉽인 HAP(Harvard Anadarko Partnership)를 체결하고 하켄에 투자함으로써 하켄의 재정악화를 숨기며 주가조작에 기여하고 투자자를 속여온 의혹을 받고 있다. 때문에 하켄의 주식은 급등하기 시작했으며 하버드와 부시는 이 기회를 이용, 하켄의 주식 1백60만개를 팔아치워 거액을 챙겼다는 것.

하버드대와 대기업간의 커넥션은 이뿐이 아니다. 특히 엔론과의 커넥션은 교묘하게 이뤄졌는데, <하버드워치>는 이를 ‘상업을 위한 어긋난 진리’라고 말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에너지 시장의 규제철회 정책. 90년대 전력산업의 구조재편과 함께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전력산업의 경쟁을 촉발시켰던 규제철회는 2000년 캘리포니아 전력난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는데, 당시 하버드대는 규제철회에 대한 보고서 작성 등 학문적 지원과 더불어 캘리포니아 공공사업단체 CPUC에 엔론 모델을 적극 권고한 바 있다.

하버드대와 엔론의 커넥션은 HMC 재정담당자들과 엔론 간부들의 관계를 살펴봐도 짐작할 수 있다. HMC의 감사였던 윈오커는 엔론 이사회의 멤버였으며, 엔론의 대주주인 로버트 벨퍼도 하버드 내에 그의 이름을 딴 건물이 있을 정도로 하버드의 중요한 돈줄이다.

하버드대 졸업생인 조너썬 야콥슨 또한 하버드의 기부금을 관리하는 개인회사 ‘하이필드 캐피털’을 맡고 있다(2001년 엔론문제가 공개되기 전 주가하락을 예상했음에도 하이필드는 엔론주식을 고가에 팔았다). 하버드 경제학 교수이면서 부시 정부의 경제 브레인 린드세이는 엔론의 비리를 묵인해준 시티그룹의 컨설턴트 출신이다.

이러한 커넥션은 클린턴 정부에서도 나타난다.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은 하버드 관리회사의 이사출신. 루빈은 클린턴 정부 재직 당시 엔론에 유리한 법률제정을 도왔으며 퇴임후 시티그룹의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루빈의 후임인 로런스 서머스 또한 2000년 당시 에너지 규제철폐를 주장했던 재무장관으로서 지난해 3월 하버드 총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한편, 지난해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력난은 엔론사의 전력가격 조작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AP통신 등이 18일 보도했다.

미 법무부 관계자는 17일 캘리포니아주 전력난과 관련해 첫 기소된 엔론사의 전 포틀랜드 사무소 영업팀장 티모시 벨든이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력 공급량을 줄임으로써 전력 가격 폭등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가격 조작에 개입했음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 109호] 10.28 ~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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