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정미 woodfish@kdlpnews.org
아시안 게임에서 만들어진 화해무드가 채 꽃피우기도 전에 미국의 ‘북한 핵개발 시인’ 발표로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용백)과 민주언론운동연합(이사장 성유보)주최로 ‘북한 핵개발 시인사태 및 언론보도에 관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강정구 교수(동국대)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주류 보수 언론이 북핵 위협을 과장하거나 미국의 일방적 입장을 사실 확인도 소홀히 한 채 ‘앵무새처럼 따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핵무기 개발 시인으로 단정하는 언론의 보도태도를 지적하면서 “북한이 개발을 시인한 부분들을 일본은 이미 개발을 한 상태”라며 “미 정부 내 강경파 의도가 석연치 않다”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런가하면 언론노조 양문석 정책실장은 “SBS의 보도태도가 조중동 못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보수 신문들이 서해교전에 이어 북한 핵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햇볕정책’에 돌리고 있는 것처럼 방송사 중 SBS가 유난히 이 문제를 햇볕정책과 연계해 햇볕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SBS의 편파적인 보도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온 이장희 교수(한국외대 법학과)는 “미국이 북한의 핵확산금지협정(NPT)과 제네바 핵 협정 파기를 말하지만 NPT자체가 불평등 조약이며 미국이 제네바 협정을 위반한 수많은 사례들은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왜 이 시점에서 미국이 북핵 문제를 문제화하는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정구 교수는 정리발언을 통해 “94년 영변 핵사태 위기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 있다면 전쟁국면에서 우리의 입장은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지금의 전쟁위기는 민중의 힘에 근거해 남북공조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지난 2000년 말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일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리영희 명예교수(한양대)가 참석해 모두 발언과 총평을 맡아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리교수는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 하기로 하고 94년 6월 15일로 날짜까지 결정하고 군사행동을 통해 총 미군 전력의 7할이 한반도에 배치된 사태가 있었다”며 “그 심각성을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인해 우리 국민만 몰랐다”는 사실을 전하며 지금도 여전히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해 자사 이익에 부합해 파당적 보도행태를 보이는 국내 보수언론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토론회 총평을 통해 리교수는 이장희 교수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북한 핵과 관련해 정보를 흘리고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이 무슨 목적인지 아는 것이 지금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이 지금 북한 핵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한 의도는 지금의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자국의 이익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긴장고조를 통해 계속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17일 핵개발 계획이 알려지자 언론의 보도에는 미국의 발표만 있고 북한의 주장이 없음을 보고 암담했다”며 “우리는 한반도를 냉전으로 몰아가는 세력에 맞서 평화와 민족의 생존을 보존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언론인들의 세심한 주의와 연구가 필요한 때”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109호] 10.28 ~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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