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평화의 축을 세우자"]"지금은 미국과 싸우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길"

고비때마다 터져나오는 ‘핵카드’

최규엽/민주노동당 자주통일위원장
전쟁을 왜 안 하는 거요?

1991년 12월 남과 북이 남북합의서라는 역사적 문건을 합의하자마자 갑자기 미국은 북에 핵이 있다고 하면서 북폭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1993년 취임한 김영삼 전대통령은 초기에 이인모 노인을 석방하는 등 화해협력정책을 취하는 듯 했으나 나중에는 미국압력에 밀려 결국 미국의 북폭 주장에 맞장구를 치는 것은 물론이고 한술 더 떠서 미국과 일본에게 이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조차 하지 말라고 부추기기도 했다.

드디어 1994년 6월 미국은 이북에 대한 북폭을 감행하기 위해서 미국시민들을 이남에서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전쟁 90일만에 이남 사람 1백여만명이 죽고, 한국군이 60만명이 죽는다는 보고를 접했다. 그때서야 김 전대통령은 정신을 차리고 전쟁반대를 외치기 시작했다. 전쟁 90일 만에 남쪽 동포들이 1백여만명이 죽고 미군도 5만여명이나 사상자가 난다는 것을 워게임을 통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미군은 한국 대통령의 반대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또한 안타까운 것은 정말 착하디 착한 한국백성들 다수가, 아니 진보진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7천만 민족의 생사여탈권을 미국이 갖고 있다는 기막힌 사실을 말이다. 1~2 시간만 있으면 한반도가 석기시대로 전변될 지도 모르는 긴박한 정세에서 카터-김일성 합의로 전쟁은 가까스로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반미·친북?

북의 핵개발관련 발언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김대중 대통령과 권영길 후보 이외에 다른 대통령후보들은 무조건 핵개발취소를 주장하고 있다. 이회창, 정몽준 후보는 대북협력의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 이외에는 미국의 잘못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양심적인 미국사람들이 사실을 외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국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이고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은 제네바협정을 전면적으로 위반한 것은 미국이라는 것을 고백하고 있다.

핵선제공격을 않겠다는 보증서를 주기로 했으나 미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제네바협정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미국은 북에 대한 핵폭격 위협을 하기 시작했다. 2003년까지 경수로를 지어주기로 한 것도 2008년이 지나서야 가능할 것 같다. 경제봉쇄조치 해제 약속도, 연락사무소 설치도 모두 미국은 지키지 않았다.

“이북놈들이 곧 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약속을 지킬 생각은 아예 없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클린턴 정부는 후에 북이 망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북에 대한 군사적인 대응 방식이 적합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북미공동코뮤니케를 발표하고 방북을 약속하기도 했었다.

미국에게 할말을 해야 한다

그렇다. 지금 우리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종미사대적인 한국 정치인들처럼 무조건 북측에게만 핵계획을 백지화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미국에게 “북에 대한 핵선제공격을 포기하라! 제네바협정정신에 입각해서 북의 에너지 문제를 조속한 시일내에 해결하라! 경제봉쇄조치를 해제하라! 평화협정을 체결하라!”고 외치고 싸워야 한다. 이런 것들이 동시에 포괄적으로 북의 핵문제와 함께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미국에게 우리의 생사여탈권을 맡겨놓을 것인가?

전시작전 통제권을 미국이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은 북에 대한 폭격을 감행시 한국정부에 어떠한 상의나 협의조차도 할 의무를 갖고 있지 않다. 7천만 동포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한미행정협정도 즉각 개정돼야 한다. 제네바협상에 참여했던 한 미국인은 우리에게 충고하고 있다. “전쟁이 나면 워싱턴 사람이 죽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 죽는다. 경수로 건설비용도 한국이 거의 대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언제까지 미국 눈치만 볼 것인가.”
[ 109호] 10.28 ~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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