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조사 불충분 성급한 수사종결

의문사위 노동운동 의문사 발표

문선영 ahimsa@kdlpnews.org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는 지난 24일 노동운동 의문사에 대한 최종 조사보고를 발표하면서 지난 80년대에 노동의문사가 대부분 국가에 의한 공권력 개입과 구사대의 폭행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노동의문사 10건 가운데 문용섭, 오범근 사건을 민주화운동과정에서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사망했다고 인정하고, “오범근의 경우 구사대 폭행으로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투쟁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항의로 음독하여 사망했고, 문용섭의 경우 택시회사 노동조합 대의원으로서 조합원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다가 회사가 사주한 구사대의 폭행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또한 경찰청 조사 과정에서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작성된 문건을 찾아내, 이들 문서를 인용하면서 노동현장의 공권력 투입이 상부에서 조직적으로 지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 의문사위가 인용한 문서 ‘노사분규예방에 따른 정보활동 강화방안’(1988)에 따르면 “최근의 노사분규가 궁극적으로 정부기간산업이나 대기업을 도산케하고 나아가 정권타도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므로 이를 철저히 색출, 제거해야한다”고 기술돼 공권력에 의한 노조분쇄 지시가 별도로 내려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노사분규 원인 및 조치’(1988) 문서에도 “회사측의 구사대활용 등 적극적 분규해결자세가 조기해결에 도움이 되며, 구사대의 활용은 후유증이 뒤따르지 않도록 기술적인 방법이 요구됨“이라는 문구로 미루어 경찰이 구사대 활용을 회사측에 권장하고 이를 방조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의문사위 김준곤 상임위원은 경찰청 외에도 “노동청, 검찰청, 안기부가 노동운동 탄압에 개입한 구체적인 증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의문사위는 민주화관련 사망 2건 외에 박창수, 정경식, 박태순 등 6건을 진상불능으로 심재환, 배중손 사건을 각각 기각 및 취하했다.

특히 박창수와 관련된 죽음에 대해서 민주노조 지도부에 대해 전노협 탈퇴를 강요한 안기부의 개입을 인정하면서도 박창수에 대한 ‘제3자 개입금지’ 위반혐의를 사실상 적법한 법 집행으로 간주했다.

또한 감정결과 타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일본 학자의 새로운 견해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없이 ‘진상불능’이라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의문사위 발표에 이어 곧바로 기자회견을 갖고 “제3자 개입금지법은 80년 전두환 정권이 국보위에서 제정한 노동3권을 제약하던 대표적인 노동악법”이라며 “박창수 위원장에게 이 법을 적용하는 것은 과거 정권의 폭력적인 노동탄압을 적법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또 의문사위의 사건조사가 충분치 않을 경우 사건조사 종결을 미루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진상불능으로 조사를 종결한 것과, 위원회가 제출한 51개항의 권고항 가운데 노동관련 요구를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 기자회견에는 제주한라병원 및 시그네틱스 노조원들이 참석해 현재도 자행되고 있는 회사측의 구사대 동원 사례를 설명하며 구사대의 폭력이 경찰의 묵인과 방조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고발했다.
[ 109호] 10.28 ~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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