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사적지 지정 어떻게 돼가나

'정부' 모르쇠, '미대사' 대선후보 접촉, '시민' 비판여론


지난 달 15일 '덕수궁 사적지 지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 자리에서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자주적 근대국가를 천명했던 '대한제국'의 산실이자 대한민국의 역사적 발원지인, 옛 덕수궁 터의 멸실을 막고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현재 남아 있는 옛 덕수궁 터의 국가사적지 지정을 강력히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가 발표됐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끝난 지 보름 이상이 지났는데도 우리 정부가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비판여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한술 더 떠 미대사가 대선 유력 후보들을 접촉하면서 미대사관·아파트 신축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마저 제기되고 있다.

애초 직접 사적지 지정 신청을 내려 했던 '덕수궁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반대 시민모임' 측도 '유물이나 유구의 흔적이 나와야 그것을 증거물로 사적지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의지가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시민모임 측은 직접 사적지 지정 신청을 낼 수 없다면, 그 대신 사적지 지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확대·강화하는 방향으로 활동을 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모임 측은 사적지 지정촉구 활동을 지속하는 한편 덕수궁터 문화재 지표조사와 관련 특정 문화재 연구원이 지표조사 기관으로 선정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해 자체적으로 경위를 파악했다. 시민모임 측은 '지표조사가 미 대사관·아파트 신축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상황인식에 따라 해당 지표조사 기관에 엄중히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확인 과정에서 지난 9월과 10월초 사이에 미대사관 측이 'ㅈ' 문화재연구원에 협조를 요청한 사실과, 협조요청을 받은 'ㅈ' 문화재연구원이 이에 대해 내부검토를 한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또, 문화재청에 문의한 결과 'ㅈ' 문화재연구원이 승낙만 하면 언제든 지표조사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 측은 정부가 대체부지를 선정해 미국과 협상에 임하지 않는 한 모든 형태의 지표조사는 불가하다는 것과 만약 지표조사에 나설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ㅈ' 문화재연구원 측 관계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 상황에서는 지표조사를 하지 않는 게 개인적 소신'이라며 '만약 외압에 의해 지표조사를 하게 될 경우 시민모임 측에 협조요청을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한편, 덕수궁 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과 관련 지난달 23일 서상섭(한나라당), 임종석(민주당) 등 국회의원 28명은 '덕수궁터미대사관신축철회권고 결의안(의안번호 1878)'을 내고 '덕수궁 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 계획 철회'와 '한국 측의 대체부지 제공 시 협상에 임할 것' 등을 미국 정부에 축구했다. 이들은 덕수궁 터가 우리의 '문화역사와 주권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곳이라며 '주재국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건립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일일문화정책동향 안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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