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일반직은 장교, 전문직은 하사관” - ‘책상머리 정책’ 원인, ‘일반직 독주’를 따진다

전체 실·국장과 과장급 44명 가운데 교원 출신 전문직은 5명뿐

초등학교 3학년 진단평가에 대한 논란이 불붙은 지난 9월말 교육부. 정작 전국 초등학생 70만명을 대상으로 한 평가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한 교감출신 연구관은 한탄하듯 흰머리를 긁적이며 다음과 같은 말을 던졌다.

“제가 뭐 판단할 권한이 있나. 윗분이 결정하는 일인데요 뭘.”
그가 말하는 ‘윗분’은 바로 직속상관인 평가관리과장 김모 서기관(39)을 일컫는다. 김 과장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이 없는 일반직 공무원이다.

이상주 장관이 올 초 자체 실·국장급 회의에서 ‘초등 진단평가 시행’을 갑자기 지시했을 때 이 시험이 ‘시험열풍’과 ‘사교육팽창’을 불러올 것이란 직언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현장 초·중등교육 주무부서인 학교정책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학교정책실에 속해있는 평가관리과는 올 11월에 진행될 학업성취도평가를 비롯 교육과정평가 기본계획의 수립, 교과용도서의 발행에 관한 사항 등 교수-학습에 대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들어 이 부서의 과장이 네 번 바뀌었는데 모두 교단에 서 본 경험이 없는 일반직이었다.

이런 사정은 다른 부서도 같다. 최근 ‘책상머리 정책’이라는 지적에 주춤하고 있는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제작 업무를 관장한 정보화기획담당관과 정보화지원담당관 또한 일반직 출신이다.

심지어 교사와 학교 사정에 익숙해야 할 교원정책과장, 교원양성연수과장, 교원복지담당관, 교육정책담당관, 유아교육지원과장도 일반직 공무원이 독차지하고 있다.
올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교육부 과장급 33명 가운데 교직경험이 있는 전문직은 학교정책과장, 교육과정정책과장, 특수교육보건과장 등 3명뿐이다.

이에 따라 젊은 일반직 과장이 늙은 교장·교감 출신 전문직을 부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군대로 따지자면 일반직은 장교, 전문직은 실권이 없는 하사관인 셈이다.

각 과별 업무를 총괄하는 실·국장도 사정은 같다. 11개의 직책 가운데 학교정책실장과 교원정책심의관 등 2명만이 전문직이고 교육행정시스템을 총괄한 김정기 국제교육정보화기획관을 비롯 인적자원정책국장, 교육자치지원국장 등 나머지 직책은 죄다 일반직 차지다.

교육부 사정에 밝은 김대유 전교조 전 정책기획국장(서울 서문여고 교사)은 “일반직은 자신의 직무성에 어울리지 않는 교육정책을 맡고 있고 전문직은 교직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 능력이 있는데도 일반직 밑에서 자질구레한 사무보조나 하고 있으니 교육이 잘 될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교원은 교수와 달리 교장·교감과 교사로 자격을 나눠 평교사가 장학사 또는 장학관이 되는 일을 사실상 막고 있다”며 “일선 학교에 맞는 교육정책 생산을 위해서라도 교장·교감 자격제는 폐지해 직급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직제의 문제점
일반직 독주가 ‘책상머리정책’ 만든다
교육부직제령, “전체 38개자리 중 32개는 일반직 몫”

“돈과 정책결정권이 있어야 정책을 추진하지요. 일반직이 돈을 꽉 쥐고 주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어도 전문직은 꼼짝도 못해요. 이러니 일반직 실·국장이 현장과 맞지 않는 정책을 몇 개월 동안 벌어놓고 떠난 일을 우리 전문직들이 뒷감당하느라 욕을 많이 먹어요."

90년 말부터 처음 시행된 교육전문직 공채로 들어온 한 연구사는 지난 10월 말 혀를 찼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 11월 1일 현재, 교육부 전체 직원 447명 가운데 일반직 365명이 교육정책을 좌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교육부 수장인 이상주 장관이나 김신복 차관 또한 초·중등 교육을 직접 담당한 경험이 거의 없는 대학교수를 거친 행정관료 출신이다.


단순 통계나 민원 업무만 맡는 전문직

반면 전체 인원의 18%에 지나지 않는 전문직 82명(연구관·장학관 36명, 연구사 46명)은 대부분 정책·기획·예산 관련 업무에서 소외되어 단순 통계업무나 민원 해결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부의 또 다른 연구사는 “학교교육을 관장하는 교육부가 어느새 교사들의 흔적을 찾기 힘든 거꾸로 된 교육행정기관이 되어버렸다”고 한탄했다. 그는 “교감·교장 출신 일부 장학관이나 연구관의 줄서기 경쟁도 문제”라는 말도 덧붙였다. 시대변화에 따라 교육부에 있는 전문직도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전문직이 아무리 능력이 있더라도 과장이나 실·국장 등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르기는 무척 힘들다. 이를 가로막는 장벽은 다름 아닌 법령이다.

지난 해 1월에 개정된 ‘교육인적자원부와그소속기관직제및시행규칙’은 교육부와 산하 기관 주요 간부는 거의 행정관료 출신으로 한정했다. 그나마 전문직 임용이 가능한 일부 부서는 교직을 오랫동안 떠나 있거나 관리자를 대변하는 교장·교감급 장학관들로만 채울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 직제령은 전문직 봉쇄령

이 법령과 시행령에 따르면 법으로 규정한 전체 38개 실장·과장급 자리 가운데 2개 직제(학교정책실장, 학교정책과장)만이 전문직인 장학관을 임명하도록 했을 뿐이다.

장학관 등 전문직과 일반직을 두루 임용할 수 있도록 한 직위도 4개(교원정책심의관, 평가관리과장, 정책분석과장, 특수교육보건과장)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38개 직위 가운데 32개는 일반직 몫인 것이다.

그런데 일선 교육현장 경험이 꼭 필요한 다음과 같은 직제에 일반직만을 임용토록 한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교육자치지원국장, 교원정책과장, 교원양성연수과장, 교원복지담당관, 직업교육정책과장, 유아교육지원과장.

행정고시 출신 일반직 간부들의 행정능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또 현행 교장·교감 직행 티켓노릇을 하는 전문직이 주요 직책을 차지한다고 해서 학교실정에 맞는 교육정책이 나오리란 보장도 없다.

다만 풍부한 교직경험과 승진 욕심이 없는 일반 교사들이 교육정책을 생산하는 주요 지위에 많이 들어갈수록 ‘책상머리 정책’은 점차 줄어들 것이란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교육부 구조 자체를 고치지 않고는 ‘일선 현장학교에 맞는 교육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논의도 일고 있다.

한국해양대 김용일 교수(교육행정학)는 “아무리 교사 출신 전문직이 많이 들어간다고 해도 현재의 교장·교감 승진 구조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정책결정과 집행 권한 등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있는 교육부를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근혁 기자 bulgom@kt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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