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보험모집인, 레미콘 지입차주기사 등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판례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에서 배제되어 있다.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계약직 노동자들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사용자가 그 어떤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부해도 해고에 해당되지 않아 다툴 수 없게 되어 있다. 사용자들은 결국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근기법의 해고제한규정과 상관없이 언제든 해고할 수 있게 된다.
늘어나는 비정규직, 방치된 권리보호
사내하청, 시설관리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형식적으로 근로계약을 맺은 하청(용역)업체는 아무런 권한도 없다. 그런데 실제 노동관계의 권한을 휘두르는 원청업체는 노동법상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원청업체가 도급계약을 해지해 아예 하청업체를 날려 버려도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불법파견을 진정해도 원청은 '그럼 앞으로 불법파견을 하지 않겠다'며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벌금 몇 푼 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노조파괴, 해고뿐인 게 현실이다.
아르바이트, 파트타임이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는 사실상 정규직과 비슷한 시간을 일하면서도 온갖 차별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법 규정은 어디에도 없건만 실제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비율은 16~23%에 그치고 있다. 나아가 노조설립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렵게 만들어도 곧 깨질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 보자 넉 달 뒤 계약기간 갱신을 앞두고 있는 여성노동자가 출산휴가를 갈 수 있겠는가. 법은 있으나 비정규 노동자에겐 그림에 떡일 뿐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비정규 노동이 급속히 확대돼 이미 전체노동자 중 55.7%에 이르고, 여성의 경우 70%(4명중 3명)이 비정규직으로 파악되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비정규공대위는 지난 2000년 10월 비정규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청원을 한 바 있고, 민주노총은 그 해 11월에 여기에 더해 파견법 철폐와 불법파견 직접고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입법청원을 제기했다. 노사정위도 2001년 7월 비정규특위를 구성해 1분과(기간제, 파견, 단시간)와 2분과(특수고용)로 나누어 지금까지 제도개선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노사정위 비정규특위는 기간제(계약직) 채용을 제한하자는 공대위의 제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대위는 출산휴가에 따른 결원 등 객관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간제를 허용하자는 견해다. 다시 말해 입구를 제한하자는 것. 반면 노사정위 비정규특위는 입구에서는 자유롭게 열어주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을 때만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다든가, 2년 정도는 제한 없이 기간제를 쓰고 그 뒤에도 계속 쓰려면 객관적 사유가 있어야 된다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입구를 제한하지 않고 갱신거부를 폭넓게 허용하는 것은 되레 기간제 노동의 제도적 고착화만 가져올 뿐 실효성이 없는 방안이다. 2년 뒤에만 사유제한을 하겠다는 것도 사용자들의 탈법적 회피를 규제하지 못할 경우 파견법과 같은 문제점만 야기할 수 있다.
비정규특위, 사사건건 엉뚱한 논의만
특수고용에 대해 공대위는 입법적으로 근로자성의 전면인정을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특위는 현재까지 위 요구가 입법형식상 어렵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냥 경제법으로 해결하자는 방안, 노동3권만 인정하자는 방안, 교총과 같은 단체결성만 허용하자는 방안 등만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을 간주하는 방안이 해결책이고 법원조차 그 방안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불법파견에도 파견법을 적용한다는 등 엉뚱한 논의만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실제 권한이 있는 사용사업주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는 방안에 대하여는 말이 없다.
많은 비정규노조가 싸우고 있고,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비정규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과 이를 대선공약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조속한 시일 안에 제도개선안을 관철시키고자 싸우고 있으나 아직 그 길은 멀어 보인다.
권두섭/변호사·민주노총 법규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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