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눈> 피의자와 인권

<부산인권센터 사무처장 이광영>

한국사회는 헌법학적으로 보면 국민의 기본권이 상당한 수준까지 보장되어 있는 나라이다. 즉 모든 일들이 헌법대로만 할 것 같으면 사회적 갈등이나 대립이 최소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위법이 아무리 국민들의 기본권을 철저히 보장한들 하위 법이 그렇지 못하면 국민들의 기본권은 하위 법에 의해 제약되고 통제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사안에 따라서 판결을 불복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 신청하는 일이 다반사다. 헌법재판소가 오죽했으면 위헌신청을 제한하려고 까지 했겠는가. 이것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한국사회는 법 적용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최근에 벌어진 형사피의자 사망사건의 문제가 단적인 예이다. 혐의자에 대해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고문을 가하다 죽음에 이르게 된 사건이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기소권을 쥐고 있는 검찰 내에서 피의자를 조사하다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가혹행위를 가했던 것이다. 이처럼 허위자백의 강요는 결국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없기 때문에 피의자에게 가해지는 수사관행이다. 통상 피의자는 가혹행위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한 후 법정에서 그 사실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형사소송법상 유죄 판결이 있기 전에는 그 누구든 무죄 추정을 받는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경찰서에 들어서는 순간 죄인이 되어 유죄로 단정된 상태에서 경찰수사를 받기 시작한다. 이 상황에서 피의자의 인권을 찾기란 쉽지 않다. 혹자들은 많이 개선 되었다라고는하나 여전하다. 경찰서에 들어 가본 사람 치고 변했다는 사람의 말을 듣기가 힘들다. 검찰청은 더욱 심하다. 검찰청 수사관들은 경찰신분하고는 다르다는 스스로의 자부심(?)에 빠져 수사태도도 귄위적이고 고압적이다. 이번 피의자 사망사건의 경우 가혹행위를 당해 절명직전에 놓인 상황에서도 주임검사가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혹행위를 지시하지는 않았겠지만은 방조 내지 묵인했을 개연성은 다분하다. 검찰수사를 받아온 본인의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검찰 수사는 주임검사가 지켜보는 속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따라서 검찰 내에서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가혹행위나 인권유린을 당할 때 검사가 모르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검찰만이 기소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 피의자는 경찰에서 1차 조사가 끝나면 검찰로 송치된다. 송치되면 검사는 기소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데 대부분은 기소를 한다. 그런데 기소를 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공소유지가 필요한데 모든 사건들이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다. 그렇다 보니 형소법상 정해진 기간안에 기소를 하다보니 증거가 불충분한 사건의 경우, 완벽한 기소를 위해서 피의자의 자백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경우의 자백은 강요가 많다. 그리고 시간에 쫓기다 보면 이번 사건처럼 가혹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때문에 이러한 관행이 사라지기 힘들다.

따라서 이러한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검사에게만 주어져 있는 기소권에 관한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경찰들에게 독자적인 수사권이 주어져야 한다. 모든 사안에 대해 일일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는 것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즉 경찰에서 수사를 하여 검찰의 지휘를 받을 때 검찰이 재조사 지휘가 내려오면 경찰은 피의자를 상대로 재조사를 하게되고 그 과정에 경찰의 태도는 피의자 인권보다는 검찰의 지휘에 맞는 조사 결과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라도 기존의 수사관행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올 2월의 경우도 부산지검 박모 검사실은 무고한 시민을 불법 강제 연행하여 조사를 벌이다 혐의를 찾지 못하자 하루 지나 무혐의로 풀어준 경우가 있다. 그러면서 검찰은 정모씨에게 말하기를 '밖에 나가서 검찰에서 있었던 사실을 절대 발설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태그

피의자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