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문화]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우리 담배

김흥우(강원 민예총 부지회장)


이번 호에는 담배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우리 동네 어느 담배 가게에서 있었던 웃지 못할 이야기인데...소위 구멍가게라고 하는 작은 점포에서 담배를 팔고 있었는데, 어느 날 부턴가 이 가게에 담배 매상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것이 연초에 담배가격이 인상되고 나서부터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하루 기껏해야 7∼8만원이던 담배 매상이 20만원을 육박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인즉슨, 그 담배 가게의 할머니가 담배값을 잘 몰라 대개는 덜 받는데 있었다. 사실 담배 한 갑에는 10%의 소매상 마진이 보장되어 있다. 2천 원 짜리 담배 한 갑에 200원의 마진이 붙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가게의 할머니는 번번히 덜 받고 팔게 되니 근방의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할머니가 가게를 볼때면 한 갑씩 사는게 아니라 아예 보루로 사가게 되니 그 가게는 헛장사를 하는 셈이었다. 이상하게 여긴 아들 내외가 밝혀낸 사실은 칠순의 할머니가 깜빡깜빡하는 것도 있었지만 주된 이유는 담배 이름을 몰라서였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담배인삼공사에서 공식적으로 발매하는 담배의 종류는 26종이다. 그런데 이중 우리말 이름의 담배는 한라산, 하나로, 시나브로 등 8종이며 나머지는 영문 이름을 달고 있다. 88은 골드, 멘솔, 디럭스, 라이트로 분류되어 4종이 있으니 이것까지 뺀다면, 26종 중에 14종이 영문표기로 되어 있는데 대개는 가격대가 높고 판매량이 많은 것들이 대부분 영문 이름을 갖고 있다.
백두산, 영광, 칠보산, 홍초, 평양, 락원, 금강, 붉은별, 금별, 개선문, 삼일포, 갈매기, 꾀꼴새, 대극장, 대동문, 제비, 칠성문, 해당화, 황금별. 이것들은 북한의 담배 이름들이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냄새를 풍기는 이름도 있지만 해당화, 제비, 갈매기, 꾀꼴새 등은 정감 있어 보인다. 사회주의와 반미제를 고집하는 북한의 담배 이름에서 영문이나 외래어 표기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당연지사겠지만,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담배 이름이 외래어에 영문표기 일색이라는 것이 왠지 우리문화의 근간을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에 좀 씁쓸해진다.

최근 발매를 시작한 담배들의 외래어 표기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느낌이다. Reason(불어: 존재의 이유, 남들의 평가보다 자신만의 이유로 삶), Lumen(광속의 측정 단위, 빛과 같은 속도로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의 자신감과 여유). 이런 식으로 담배이름을 보통사람은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에 아리송한 유래까지 들고 나오는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우리문화의식이 어느 정도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수입 담배의 공세에 대한 국내 담배시장의 잠식을 막기 위해 담배인삼공사의 골육 방편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많은 기호층을 갖고 있는 담배가 지나치게 외국담배 흉내를 내고 있다는 것이 애연가의 한사람으로서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그들은 잘 모르는가 보다.
70년대 인기가 많았던 가수 이수미의 '내 곁에 있어주'라는 노랫말에 당시 국산 담배의 이름을 붙여 만든 노래를 아는 이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한산도를 지나서 거북선을 보았지 수정같이 맑은 샘터에 은하수는 뛰어 놀았지∼ 새마을 동산에 개나리 꽃피고 비둘기 나는 내고향 신탄진∼'
한산도, 거북선, 수정, 샘터, 은하수, 새마을, 개나리, 비둘기, 신탄진....... 이제는 모두 사라진 추억의 담배 이름들이다.



태그

문화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