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기본권 심각하게 후퇴시키는 자본의 대공세

근로기준법 개악안, 경제특구 설치법, 공무원조합법


지난 15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주5일제 도입을 빌미로 한 근로기준법 개악, 경제특구 설치, 공무원조합 도입 등 노동관련 법안을 국회에 넘겼다. 무더기로 국회에 넘긴 관련 법안의 특징은 한마디로 노동기본권마저 모두 무시하고 노동조건을 심각하게 후퇴시키겠다는 것이다.
21일부터 민주노총 전사업장은 이러한 ‘주5일 근무제’ 옷을 입은 노동법 개악을 막기 위해 ‘주5일 도입을 구실로 한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찬반투표’에 들어가는 것을 시작으로 총파업 투쟁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제 향후 상당 기간을 좌우할, 피할 수도 밀릴 수도 없는 대결이 시작되었다.

휴가축소로 세계최장 노동시간은 그대로

주5일 근무제 정부안을 보면 전체 노동자의 56.1%인 20인 미만 업체 노동자는 2010년이 되어서야 적용, 75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휴가는 월 하루로 제한하는 등 중소 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한편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파괴하는 그야말로 노동법 개악안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주 40시간제를 실시하는 대신 연월차 휴가일수를 전체노동자 평균 근속년수 5.6년을 기준으로 평균 10일을 축소했다. 이는 2000년 10월 노사정위원회에서 연간 200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자고 했던 합의를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서, 연간 노동시간 단축이 128시간에 그침에 따라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간노동시간이 2,319시간으로 여전히 세계 최장 수준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또한 변형근로시간제를 현행 1개월 단위에서 3개월 단위로 확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당 초과근로 시간을 16시간으로 확대하여 임금 부족분을 초과 근로 확대로 유도함으로써 노동시간 단축은 그야말로 유명무실하다.
게다가 최초 4시간분 초과노동 할증률을 25%로 낮춤으로써 향후 할증률 인하의 터를 닦고 있다. 휴가수당을 폐지하고, 총액기준 임금보전을 시행 첫 1년에 국한하되 유급휴가와 관련된 임금·수당을 보전하지 않도록 한 것도 이후 실질임금의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다.
특히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을 개정 법률에 맞추어 강제적으로 개정하도록 함으로써 노사자율교섭의 원칙을 부정하면서 단위 노조에서 노동조건 저하에 대응할 수 없도록 원천봉쇄하고 있다.

노동기본권 없는 신식민지 경제특구

한편 경제특구에 입주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대폭 완화하는 ‘경제특구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근로기준법을 악화시키는 주5일 근무제 추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경제특구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경제 특구에 입주하는 외국 기업들은 생리휴가 무급(근로기준법 개악안에 포함) 뿐만 아니라 주휴까지 무급이 적용되며, 연월차휴가도 없어진다.
근로자 파견에 대해서도 경제특구위원회(위원장 재정경제부 장관) 심의·의결을 거쳐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되 업종 확대 및 기간연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도록 해 사실상 파견근로를 무제한 허용하고 있다.
한편 경제특구 내에서는 외국인들이 내국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도 바로 초·중·고교 및 대학교 등 교육기관을 설립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이나 약국 등을 개설할 수 있다. 또한 경제특구 내에서는 중소기업 고유 업종제가 적용되지 않아 외국기업이 제한 없이 진출할 수 있으며, 기준공장 면적률 규제와 교통유발부담금, 출자총액 제한, 장애인·고령자·국가유공자 의무고용 등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노동기본권의 파괴와 외국자본에 대한 조세권의 포기에 그치지 않고 교육·의료·서비스 부문마저 다 내어주는 것이다.
현재 재정경제부가 경제특구 지정을 사실상 확정한 곳은 영종도, 송도신도시, 김포매립지, 부산신항, 광양항 등 5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앞 다투어 경제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고 난 후의 여파는 실로 크다 하겠다. 결국 경제특구 설치법안은 노동기본권을 심각하게 악화시켜 나갈 정권과 자본의 교두보인 것이다.

‘공무원 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공무원조합은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말 그대로 친목을 도모하는 직원 단체지 노동조합이 아니다.

정부는 그 이유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는 왜 노동자일 수 없단 말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그동안 공무원 노동조합을 허용할 것을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었다. 그런데 이처럼 노동조합 명칭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편법 입법은 노동기본권을 전면 부인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안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와 같은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현재 국회로 넘긴 법안은 노동기본권 중 단결권만을 인정하고 협약 체결권과 파업·태업·쟁의행위 등 단체 행동권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공무원조합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공무원조합은) 노동단체에 가입하거나 노동단체와 연합체를 결성해서는 안된다” 등 손발을 꽁꽁 묶어 놓고 있다.
전임자의 경우 무급휴직을 조건으로 허가하고, 노동조합이 결정하고 운영해나가야 할 조직형태 등도 강제적으로 정하고 있으며, 조정기구도 노동위원회가 아니라 중앙인사위원회로 되어 있다. 게다가 그 시행시기마저 법제정 3년 뒤인 2006년으로 유보하고 있어 그야말로 형식적인 ‘면피용’ 법안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껍데기뿐인 법안을 강행하려 하는 것에 당사자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차봉천) 조합원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공무원 노동기본권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제정된 제헌헌법에도 보장된 권리였다.
그러나 박정희 군사 독재 정권이 공무원의 노동 3권을 빼앗아 버렸고, 1989년 국회에서 다시 통과된 법안을 노태우 정권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은 좌절되었었다.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은 김대중 정권의 대선공약사항이기도 했으나, 집권 이후 김대중 정권이 허송세월하는 가운데 공무원 노동자들 스스로 이미 지난 3월 23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출범시키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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